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주당 850원의 배당금을 보장해주기로 한 것을 두고 ‘고배당’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외환은행이 8일 열린 이사회에서 연말 배당금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
외환은행은 이날 이사회에서 8시간 가까이 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자본적정성, 경영실적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외환은행의 연말 배당금이 주당 850원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분을 하나금융으로부터 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쪽은 “주당 850원을 배당금 상한선으로 설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환은행 이사회가 배당 규모를 주당 850원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이날 외환은행 이사회가 배당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고배당 논란에 따른 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주당 850원을 배당하면 지난해 실시한 주당 235원의 중간 배당과 합쳐 주당 배당액이 1085원이 돼, 외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554억원)을 계산하면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액의 비율)이 70%에 이른다. 다른 금융지주사의 배당성향이 통상 30% 안팎인 점을 생각하면 고배당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외환은행 노조가 7일부터 촛불시위를 벌이며 강력 반발한데다, 금융당국도 올해 금융권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무리한 배당을 자제하도록 권고해왔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배당금 미결의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것”이라며 “론스타 쪽이 다음 이사회에서도 다시 고배당을 시도할 것에 대비해 강도 높은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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