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사 회장들 주요 약력
하나 김승유 연임 예상…우리·KB 등 3곳 ‘MB측근’
대통령 배경 작용 평가…신한은 파벌싸움으로 얼룩
“CEO 선임 자료 외부공개 등 투명성 확보가 관건”
대통령 배경 작용 평가…신한은 파벌싸움으로 얼룩
“CEO 선임 자료 외부공개 등 투명성 확보가 관건”
‘권력 교체기’를 맞았던 대형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다시 꿰차고 있다. 주주·고객의 이익보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 인선으로 이들의 권력을 연장해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고경영진 사이의 내분으로 금융권 안팎을 뒤흔들어 놓은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차기 회장 선임도 파벌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비난 속에 ‘친라응찬’ 성향의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내정돼, 5개월간의 ‘신한 사태’에서 도대체 얻은 게 무엇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5일 연임에 성공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2년 후배이자 2007년 대선 때 이 대통령을 도운 측근 인물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받았다고는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배경 없이는 연임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 동기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3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2005년 하나금융 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은 현 정권 초기인 2008년 한 차례 연임했고 다음달 임기가 끝난다. 하나금융은 최근 시이오의 연령을 만 70살로 제한하고, 연임을 할 경우 임기를 3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확정했다. 금융권에서는 나름대로 진일보한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평가하면서도 김 회장의 연임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은 또 회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처음으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회추위 구성원에 사외이사뿐 아니라 현직 회장도 포함되는데다, 공모가 아니라 자체 추천 방식으로 회장을 뽑을 가능성이 커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본인은 고사하지만, 외환은행 인수 작업의 순조로운 마무리와 인수 뒤 조직 통합 작업을 위해 연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인수가 김 회장 연임의 명분이 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은행 노조 쪽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하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이 연임하면, 현 정권이 끝날 때까지 어윤대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해 국내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3곳의 회장 자리를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차지하게 된다.
초유의 최고경영진 내분 사태로, 시이오의 장기집권에 따른 폐해와 주주·직원의 이익을 무시한 경영진의 전횡 등 국내 금융회사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신한금융은 차기 시이오 선임 과정에서도 구태를 답습했다.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라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차기 시이오 선임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차기 시이오 선임 과정은 신한 사태의 당사자인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대리전으로 번졌고, 네 차례 표결 끝에 라 전 회장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이 지난 14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런 행태가 또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치권에서 낙점되는 실세 시이오와 장기간 재임하며 1인 지배체제를 갖춘 시이오 등 두 가지 유형의 시이오에서 비롯되는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은 우리나라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결함이 심각하다는 것을 대변한다”며 “현재 법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시이오의 선임·승계 절차에 대해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회장추천위원회 위원들이 어떤 근거로 시이오를 선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외부주주에게 공개해 시이오 선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