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라 전회장 스톡옵션 허용 비판
지난달 이미 ‘20억 차익’ 챙겨
금융위원장도 “조직 달라져야”
지난달 이미 ‘20억 차익’ 챙겨
금융위원장도 “조직 달라져야”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으로 불명예 퇴진한 라응찬 전 회장이 거액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 수장들이 신한금융지주에 잇따라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김종창(사진) 금융감독원장은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로부터 라 전 회장의 스톡옵션 행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라 전 회장과 (신한금융) 이사회를 다 포함한 것”이라며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스톡옵션 행사 등과 관련한 사항은 이사회 등에서 해야 할 문제이지 당국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고 직접 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특정사안에 대해 감독을 하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앞으로 검사과정에서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의 내분사태에 대해 그동안 몇 차례 강한 경고성 발언을 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가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사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신한금융이) 국민에게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며 “조직과 인사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신한금융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달 21일 이사회에서 2005년 이후 라 전 회장에게 부여했다가 ‘신한사태’로 보류했던 스톡옵션(30만7354주) 행사 권한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행사기간이 도래했고, 행사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낮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은 2005년 부여분 9만9447주와 2006년 부여분 11만2794주 등 모두 21만2241주다. 라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이 물량 전부에 대해 스톡옵션을 행사해 20억여원(세후)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신한금융 쪽은 “2007년 부여분 5만6613주와 2008년 부여분 3만8500주에 대해서는 라 전 회장이 자진반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7년과 2008년 부여분은 행사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2000~7000원가량 높아 당분간 사실상 스톱옵션을 행사할 수 없는 물량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 “계속 유사한 사례가 발생함에도 불법 행위를 저지른 임직원의 스톡옵션 취소에 대한 관련 법령의 미비점을 보완하지 않는 것은 금융감독당국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