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영하의 차가운 날씨를 보인 7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인수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하나금융지주 “주총 일정때문”…노조 강력 반발
금융당국의 원활한 승인위해 관료출신 내정한듯
금융당국의 원활한 승인위해 관료출신 내정한듯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중인 하나금융지주가 경제관료 출신으로 기업은행장을 지낸 윤용로(56·사진)씨를 차기 외환은행장으로 영입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쪽은 인수 승인이 나기도 전에 관료 출신을 미리 은행장으로 내정한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3일 열린 이사회 산하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가 윤 전 행장을 외환은행장 자격으로 사내 등기임원에 추천했다고 7일 밝혔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하나금융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12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윤 전 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선임한 뒤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외환은행장을 내정한 것에 대해 하나금융 쪽은 이사회와 주주총회 일정을 고려할 때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수 뒤 그룹 내 핵심 계열사가 될 외환은행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차기 외환은행장이 하나금융지주의 등기임원이 돼야 한다”며 “오는 9일 열리는 하나금융 이사회 이전에 등기임원을 내정해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총에서 등기임원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6일로 예상되는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을 기다렸다가 외환은행장을 선임하게 될 경우 임명 절차를 밟기 위해 다시 임시이사회와 임시주총을 열어야 해, 조직 통합 작업에 신속하게 착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하나금융 쪽은 덧붙였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반대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외환은행 임직원 명의의 성명을 내어 “하나금융은 어떤 권한도 없는 상태로 자행하고 있는 외환은행장 인선 소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조 등의 반발을 우려해, 차기 외환은행장 내정 결과를 지나치게 숨기려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지난 3일 “오늘 경발위에서는 사외이사 인선만 논의하고, 등기임원 인선안은 7일 경발위를 열어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이날 “지난 3일 등기임원을 확정했고 오늘 경발위는 열리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나금융이 관료 출신을 차기 외환은행장으로 낙점한 것은 금융당국과 원활한 소통을 매개로 남은 인수 절차와 인수 뒤 통합작업을 매끄럽게 진행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외환은행 쪽의 거부감이 큰 하나금융 출신이나 통합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외환은행 출신보다는 외부 인사를 기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행장은 1977년 행정고시(21회)에 합격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감위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7년 12월부터 3년 동안은 기업은행장으로 일하면서 중소기업 지원과 개인영업 확대 등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차기 행장 내정에 반발하고 있어, 윤 전 행장이 취임 뒤 어떻게 외환은행 직원들을 다독이며 통합 작업을 해나갈지 주목된다.
한편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연임(임기 1년)하기로 했다. 윤 전 행장과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등기임원으로 추천돼, 하나금융의 사내 등기임원은 4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3일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을 차기 외환은행장에 내정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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