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주당 580→850원으로
윤용로씨 ‘조건부 행장’ 선임
윤용로씨 ‘조건부 행장’ 선임
직원 주주들의 반발 속에 31일 열린 외환은행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인 론스타 쪽의 제안으로 외환은행의 주당 배당금이 850원으로 인상됐다. 이사회가 결정한 배당금 액수(주당 580원)가 주총에서 뒤바뀐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배당금 증액 결의는 불법”이라며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맞섰다.
이날 외환은행 주총에 올라올 예정이었던 원안에는 외환은행 연말 결산 배당금의 규모가 주당 580원이었다. 지난 12일 이사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관련 안건이 상정되기 직전에 지분 51.02%를 보유한 대주주인 론스타 쪽 대리인이 주당 배당금을 850원으로 올리자는 수정안을 제안했고, 서면표결을 거쳐 출석 주주 71.6%의 동의를 얻어 배당금 증액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의 연말 총 배당금은 3740억원에서 5482억원으로 늘어나고, 지난해 실시한 중간배당(주당 235원)을 포함하면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중)은 무려 68.5%에 이르게 된다.
외환은행의 배당금 논란은 지난해 11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에서 비롯됐다. 당시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최대 주당 850원의 연말 결산 배당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배당금이 주당 850원을 밑돌면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주당 배당금이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론스타가 받아가는 총 배당금은 2797억원으로 확정되는 것이다. 반면 하나금융은 주당 배당금이 580원으로 정해지면 차액인 주당 270원(888억원)을 추가로 론스타에 지급해줘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 쪽이 이사회에서 배당금을 주당 580원으로 결정해 고배당 논란을 피한 뒤, 주총에서 하나금융 쪽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격적으로 배당금을 인상한 것 같다”며 “애초부터 주당 850원의 배당을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사회에서 승인된 이익배당액을 증액시키는 안건을 미리 통보하지 않고 주총에서 결의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 상법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노조는 “금융투자업 감독 규정은 외국인 주주의 경우 상임대리인에게 주주권을 대리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론스타는 상임대리인이 아닌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대리출석시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윤용로 행장 내정자를 비롯한 새 이사진 13명에 대한 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다만 윤 행장 내정자와 장명기 외환은행 수석부행장(재선임), 사외이사 5명 등 하나금융 쪽에서 추천한 이사 7명은 ‘조건부’로 선임됐다. 따라서 이들 7명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시점부터 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만약 5월31일까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이들에 대한 선임은 무효가 된다.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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