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7개월만에 최저…엔화약세 등 하락요인 여전
정부 물가탓 관망…“1080원서 방어나설것” 전망
정부 물가탓 관망…“1080원서 방어나설것” 전망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가 무너진 지 2거래일 만에 1080원대로 떨어지자 앞으로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8년 9월 이후 2년7개월 동안 1100원 선을 사실상 떠받쳐왔던 외환당국이 지난주 1100원 선을 내주는 것을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4일 환율이 급락하자 다시 매수 개입을 단행해 당국의 의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분간 환율은 시장과 당국 간의 힘겨루기로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원-달러 환율은 5거래일째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5원 내린 1086.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080원대로 내려선 것은 2008년 9월8일(종가 1081.4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의 단기 급락은 미국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우리나라의 경상흑자 확대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외환당국도 환율하락을 용인하고 있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하락 요인이 우세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17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1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였다.
또 주요 7개국(G7)의 엔-달러 시장 개입 이후 엔화가 약세를 이어가는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선 외국인들이 도쿄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 뒤 달러를 서울 외환시장에서 되팔고 원화를 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란 기대감도 환율 하락을 이끄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이냐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5%대 경제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원-달러 환율 1100원을 사실상 지지해왔다. 당국은 최근 물가가 치솟자 이를 완화시키고자 1100원 선이 무너지는 것을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월 물가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4%대에 머무는데다 4월 이후 물가가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이 환율 하락을 마냥 용인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4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장중에 1085원이 무너지자 당국이 매수 개입에 나선 것으로 외환딜러들은 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의 매수 개입이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엔화에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원화의 매수세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은 108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하지만 그 이하로 내려갈 경우 환율 폭락도 우려되기 때문에 1080원 선에서 외환당국의 본격적인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까지 환율은 1050원대로 내려갈 것 같다”며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이 풀린 유동성을 거두는 긴축 정도에 따라 환율은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석태 에스시(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하겠지만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환율을 떨어뜨리려는 시장과 환율을 끌어올리려는 당국과의 기싸움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원-달러 환율추이
그러나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까지 환율은 1050원대로 내려갈 것 같다”며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이 풀린 유동성을 거두는 긴축 정도에 따라 환율은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석태 에스시(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하겠지만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환율을 떨어뜨리려는 시장과 환율을 끌어올리려는 당국과의 기싸움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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