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출자비율 등 의견차
일부선 ‘부실 떠넘긴다’ 반발
일부선 ‘부실 떠넘긴다’ 반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추진되는 배드뱅크(Bad Bank)는 4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먼저 사들일 전망이다. 하지만 은행마다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규모 등 사정이 다른 만큼 출자방법과 비율 등을 놓고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감독원과 8개 시중은행·특수은행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파이낸싱 태스크포스(TF)는 오는 6월 안으로 배드뱅크를 설립한 뒤 컨소시엄 형태 사업장의 부실채권부터 먼저 매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 형태로 대출한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은 금융기관 한두 곳에서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다른 금융기관도 대출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어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키울 수 있는 탓이다.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채권 잔액 6조4000억원 가운데 컨소시엄 형태로 나간 대출 채권은 약 4조원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의 배드뱅크 출자액은 5000억~1조원가량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으로 50% 할인된 가격에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매입 자금을 마련하는 데 3~4배의 레버리지(차입효과)를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한 수치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이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 처리를 은행권에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어 배드뱅크 설립 때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누가 얼마나 돈을 낼지가 관건이다. 은행들은 배드뱅크 설립을 목표로 출자 규모와 참여 비율, 설립 시기, 부실채권 평가 방법과 매입 규모 등을 정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며 리스크 관리를 잘한 은행과 그렇지 못한 은행은 출자비율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새로 배드뱅크를 설립하지 않고 기존 유암코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전담하는 기관인 유암코와 캠코가 있는데 또 다시 기관을 세우는 것은 관료적 발상”이라며 “유암코를 증자하는 방법으로 규모를 키워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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