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수수료 수익추이
6년전 표준원가 아직 적용
인터넷뱅킹 등 변화 미반영
인터넷뱅킹 등 변화 미반영
회사원 김용호(39)씨는 최근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한 뒤 택시비를 내기 위해 국민은행 카드로 신한은행 현금입출금기(ATM)에서 2만원을 인출했다. 수수료는 1200원이었다. 김씨는 “마신 술이 확 깰 정도로 높은 수수료였다”며 씁쓸해했다.
시중은행의 수수료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1000원, 2000원씩 소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며 고객의 호주머니를 털어 돈을 번다는 생각에서다.
반면 은행은 수수료가 비싸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수수료가 원가에 못 미친다고 반박한다. 2005년 9월 금융감독원이 서울대 경영연구소 안태식 교수팀에 용역을 맡겨 내놓은 ‘은행 수수료 원가산정 표준안’을 보면, 은행 창구 수수료는 표준원가에 견줘 매우 낮은 수준이었고, 현금입출금기나 인터넷뱅킹 수수료는 원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았다. 하지만 이 안이 나올 당시 표준원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시중 은행들은 이 표준안을 참고삼아 자체적인 원가안을 갖고 수수료를 책정한다. 은행들은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의 경우 인건비와 물건비의 합을 거래건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원가를 뽑고 있다. 분자인 인건비 등이 높으면 원가가 높아지게 된다. 인건비에는 스톡옵션과 퇴직금도 포함된다.
하지만 은행의 달라진 영업 환경에 맞게 수수료 원가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인터넷뱅킹으로 처리한 업무 비중은 2005년 18.6%에서 지난해 35.8%로 증가했다. 은행으로서는 이전과 인터넷뱅킹 운영 비용은 비슷한데 훨씬 많은 고객과 거래하는 만큼 수수료를 더 내릴 여지가 커진 셈이다.
은행들이 합리적인 근거로 수수료를 책정하기보다 선도은행이 수수료를 인상하면 다른 은행이 뒤따르는 식으로 주먹구구식 원가를 책정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똑같은 이체인데도 금액에 따라 차이나는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신한은행 창구에서 1만원을 타행으로 이체할 때 수수료는 600원이지만, 10만원을 이체할 땐 수수료가 3000원으로 뛴다. 우리은행 현금입출금기를 사용해 다른 은행으로 10만원을 이체할 땐 600원의 수수료가 붙지만, 20만원을 이체할 땐 1100원의 수수료가 붙는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금융서비스 영업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수수료 원가를 다시 산정해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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