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보험·증권사 등 제2금융권까지 압박
“대졸과 임금·승진차별 해소 함께 해야” 지적
“대졸과 임금·승진차별 해소 함께 해야” 지적
은행권에서 불고 있는 고등학교 졸업자 채용 바람이 모든 금융권으로 확산하도록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 금융권으로 고졸 채용 바람이 확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정부, 은행발 고졸 채용 확산 독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5일 “제2금융권 협회 관계자들을 지난 22일 불러 고졸사원 직무분석을 해보고 고졸 채용 여부를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는 회의에 참석한 보험·증권·카드사 등 제2금융권 관계자들에게 고졸 채용 현황, 향후 채용 가능 인원 등을 이번주 말까지 알려달라고 타진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처는 은행에서 시작된 고졸 채용을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은 창구업무(텔러) 직군이 있어 곧바로 현황도 파악하고 쉽게 고졸 채용 여지가 파악될 수 있는데 제2금융권은 은행처럼 지점 창구 위주 영업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사정이 좀 다르다”며 “제2금융권은 사무관리직에서 관행적으로 대졸을 뽑지만 고졸을 뽑아도 상관없는 자리들이 있을 수 있어 직무분석을 거쳐 고졸 채용 여지가 있으면 확대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까 은행의 고졸 채용 움직임이 2금융권으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대다수 제2금융권은 아직 신규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대한생명·교보생명 등은 하반기에 고졸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인원과 시기는 확정하지 못했다. 상위 10개 증권사들도 대부분 고졸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삼성증권은 종전처럼 올해도 고졸자 30~40명을 뽑고 우리투자증권은 2013년까지 5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고졸 채용에 대한 제2금융권의 반응도 엇갈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능력 있는 고졸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보험사 관계자는 “그동안 고졸은 채용을 안 하고 전문대부터 채용을 해왔다”며 “정부가 고졸 채용 계획을 내라고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고졸 채용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위 지시가 지난주에 갑작스럽게 나와 아직 검토중”이라며 “우수한 고졸 직원을 선발하는 것은 좋지만 그 계획을 따라가려고 무리하게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을 뽑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임금·승진 차별 해소도 함께 해야 고졸 취업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고졸과 대졸 사이의 임금·승진 차별 해소도 함께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학력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학력 간 임금 격차가 세계 최고 수준인 탓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졸-고졸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미국 다음으로 높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더라도, 2009년 기준 고졸과 대졸자의 초임은 각각 137만원과 203만원으로 대졸이 고졸의 1.5배나 된다. 시중 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현재 고졸과 대졸 신입사원의 초봉은 20% 정도 차이가 난다”며 “이를 연봉으로 따지면 400만~50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신입 고졸사원이 회사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선배 직원이 업무와 회사생활의 적응을 돕는 멘토링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정부는 고졸 사원이 학력 때문에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정세라 김지훈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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