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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뛰는 보험사기꾼 위에 나는 ‘특별조사대’

등록 2011-10-11 20:58

동부화재 보험사기 특수조사팀(SIU)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보험 사기 의심 건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동부화재 보험사기 특수조사팀(SIU)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보험 사기 의심 건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범죄규모 연 2조2천억원 추정
350명 활동 대부분 경찰 출신
사기의심 가입자 입원 병실에
환자로 꾸며 증거 잡아내기도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동부화재빌딩 맞은편 본솔빌딩 9층. 동부화재 특별조사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 특별조사팀은 보험범죄를 예방하고 적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1999년 꾸려진 뒤 현재 경찰 출신 21명을 포함해 39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날 회의엔 실손의료보험 사기건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먼저 사례가 소개됐다. 평택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박미정(가명·55)씨. 그는 8년 새 5억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그가 든 보험만 무려 15개에 이른다. 1999년부터 실손보험을 들었고 2004년부터 보험금을 타내기 시작했다.

그가 여러 보험회사에서 타낸 보험금 정보가 엑셀파일로 쏟아져 나왔다. 그가 병원에 임원한 날은 매해 평균 100일 가까이 됐다. 입원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계단에서 미끄러져 타박상을 입었다거나, 감기로 호흡장애가 생겼다거나, 음식을 잘못 먹어 소화불량에 걸렸다는 등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를 소개한 김정태 동부화재 조사역은 “이런 경우 보험가입 현황 등 데이터를 먼저 분석한 뒤 사기 혐의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모방원 특별조사팀장이 박씨에 대한 증거 확보 방법을 소개했다. 모 팀장은 2009년 박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환자인 것처럼 꾸며 같은 병실에 입원을 했다. 모 팀장은 환자복을 입고 2박3일을 박씨와 같은 병실에서 생활했다. 박씨가 진짜 아파서 입원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예상한 대로 박씨는 출근 도장을 찍듯 아침에 입원실에 왔다가 밤이 되면 어디론지 사라졌다. 모 팀장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빈 병실을 찍고, 간호사들의 녹취를 따냈다.

모 팀장은 이런 증거물을 경찰에 넘겼고, 박씨는 기소됐다. 그러나 박씨는 벌금 150만원의 처벌을 받는데 그쳤다.

보험사기의 경우 형법 제347조(사기)에 근거해 처벌을 받는데 상당수가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을 받는다. 다른 범죄에 견줘 처벌도 가벼워 재범율도 높은 편이다.

모방범죄가 성행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김 조사역은 “보험사기는 처벌이 약한 것도 문제지만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험사기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이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씨의 보험사기 경험을 들은 정철식(가명·57)씨가 그런 경우다. 정씨는 10여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비슷한 수법으로 2004년 이후 1억원의 보험금을 타냈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보험사 특별조사팀은 350명 정도다. 이 가운데 경찰 출신은 250명에 이른다.

특별조사팀은 검·경과 함께 전국을 돌며 현장에서 활동한다. 압수수색을 할 때 돕기도 한다. 특별조사팀은 보험 분야를 전문적으로 하기 때문에 병원 이중장부 적발 등에 능숙하지만 별도 수사권한이 없어 사기 혐의가 짙은 사건을 면밀히 수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보험사기로 보험금 수령자가 많아지면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끌어올리게 된다. 질병 관련 보험사기는 의료보험료를 인상하게 만든다. 보험사기 행위가 많아지면 결국 정상적으로 보험 가입을 한 선의의 고객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추정하는 연간 보험범죄 규모는 2조2203억원이다. 전체 보험금 24조원의 10%에 해당된다. 보험범죄로 인한 가구당 추가 부담액도 연간 15만3000원으로 추산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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