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
담당 직원 최대 3년 징역…현재는 과태료만 부과
약탈적 대출 막기위해 대출자 서명·녹취도 의무화
담당 직원 최대 3년 징역…현재는 과태료만 부과
약탈적 대출 막기위해 대출자 서명·녹취도 의무화
부산에 사는 회사원 조현규(33)씨는 요즘 밤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애를 태우고 있다. 금융기관한테 당한 ‘꺾기’(구속성 금융상품 계약)와 불완전판매 때문이다. 지난 2009년 6월 조씨의 어머니는 케이비(KB)국민은행에 주택담보대출 5억원을 신청했다. 은행은 대출을 해주면서 3년 만기 월 1000만원의 방카슈랑스 상품에 들도록 권유했다. 대출을 해주면서 예·적금이나 보험 상품을 끼워 파는 전형적인 ‘꺾기’였다. 조씨의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2010년 7월 케이비(KB)국민은행 계열사인 케이비생명의 한 보험설계사가 조씨의 어머니에게 수익률이 36%에 이르는 보험 상품이 있다며 현재 가입한 보험을 해지하고 ‘케이비스타변액유니버설보험’에 신규로 가입하도록 권유했다. 조씨의 어머니는 설계사의 거듭되는 권유로 아들 이름으로 보험을 갈아타기로 했다. 설계사는 조씨에게 전화해 “상황을 복잡하게 하지 말고 콜센터에서 전화가 올 때 모든 질문에 ‘맞다’고 답해 달라”고 요구했고, 조씨는 콜센터에서 전화가 왔을 때 “맞다”고 답했다.
올해 8월 조씨는 보험사와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보험 조건이 애초 알고 있던 것과 달라 깜짝 놀랐다. 보험료 납부 기간이 2년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계약자가 사망할 때까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종신형이었다. 계약 해지에 대해 물어보니, 납부 14개월이 되는 시점의 환급률(계약해지 때 보험료 납입금액 대비 돌려받는 금액의 비율)은 원금의 40%에 그쳤다. 조씨는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조씨 사례는 꺾기와 불완전 판매의 전형적인 행태다. 주가가 한창 치솟을 때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 증권사 펀드나,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상품도 불완전 판매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금융기관의 고질적 병폐인 꺾기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초 영업점 1200곳 가운데 356곳에서 600건의 꺾기를 한 사실이 적발돼 국민은행의 전·현직 행장 등 임직원 21명이 징계를 받았다. 기업·산업은행도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꺾기 영업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꺾기와 불완전 대출을 강요한 금융기관 직원들을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는 강도 높은 근절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꺾기를 강요한 은행원과 중요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을 종용한 보험설계사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에는 꺾기 행태가 적발될 경우 금융회사와 담당 임직원에 대해 과태료 등 행정처벌을 하는 데 그쳤으나, 금소법 제정안은 대출 담당 임직원한테 최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또 이 법안은 대출을 권유할 때 면담·질문 등을 통해 소득·재산, 부채상황, 변제계획 등을 파악한 뒤 이런 사실을 대출자에게 서명·녹취 등으로 확인하도록 하고, 이를 어긴 금융회사와 담당 임직원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밖에 대출상품뿐 아니라 보험이나 펀드 같은 보장성·투자성 상품을 권유할 때도 면담·질문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나이·재산상황·위험보장 수요나 투자목적·투자경험 등을 파악하고 본인확인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혁준 정세라 기자 june@hani.co.kr
정혁준 정세라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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