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 정식서명…자산규모 367조원 ‘2위’
김승유 회장 “재협상 이익 일부 사회공헌에 쓰겠다”
김승유 회장 “재협상 이익 일부 사회공헌에 쓰겠다”
하나금융그룹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매계약서에 정식 서명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가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3일 홍콩에서 론스타와 주식매매계약서에 서명했으며, 5일 외환은행의 자회사편입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케이비(KB)·우리·신한 금융그룹에 자산 등에서 뒤쳐져 ‘3강-1약’이란 평가를 받으며 만년 4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산규모가 3개 금융그룹에 견줘 100조원 이상 적어 덩치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다른 금융그룹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며 ‘빅4’ 금융그룹의 경쟁체제로 국내 금융계가 재편될 전망이다.
올해 9월말 기준으로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236조9000억원이다. 총자산 규모 129조6000억원의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366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우리금융에 이은 2위로 올라서며 다른 금융지주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결합은 덩치 키우기에 그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을 중심으로 한 소매·개인금융에 강한 하나은행과 대기업 금융에 비교우위가 있는 외환은행이 결점을 서로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두 은행의 국외 지점을 합치면 전 세계 22개국 총 36개 지점에 이른다. 김승유 회장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앞으로 2~3년 동안은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외 영업에 강한 외환은행의 브랜드 파워를 그대로 가져가기 위해서다.
물론 하나금융이 생각하는 만큼의 시너지를 내게 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복되는 사업 영역과 지점을 감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유 회장은 “구조조정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외환은행 쪽은 의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간 임금 격차 해소도 숙제다. 외환은행 임직원 평균 급여가 하나은행보다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외환은행 노조, 시민단체의 반발 등 후폭풍도 하나금융엔 큰 짐이다. 민주당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중단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국정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론스타의 ‘먹튀’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지분매매계약 발표 이후부터 인수를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인수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참여연대를 고리로 삼은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이 금융위의 론스타 외환은행 지분매각 명령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해놓은 것도 하나금융에 부담으로 남아있다.
김 회장은 이런 부담을 염두에 둔 듯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사회공헌사업을 한층 활발하게 펼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재협상을 통해 깎은 외환은행 인수가 일부를 사회공헌사업에 쓰겠다”며 “현재 ‘드림소사이어티재단’을 세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전국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학업에 도움을 주는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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