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생명·손보, 현재 자산규모 업계 4·9위 수준
유사보험 제약 풀리고 방대한 지점망 ‘위력적’
대한생명, 동양생명 인수 추진 등 벌써 신경전
유사보험 제약 풀리고 방대한 지점망 ‘위력적’
대한생명, 동양생명 인수 추진 등 벌써 신경전
사흘 뒤면 또 하나의 금융공룡이 태어난다. 농협금융지주다. 3월2일 농협은 중앙회 아래 경제와 금융 두 개의 지주회사로 구성된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된다. 농협금융지주의 등장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는 곳이 바로 보험업계다.
농협금융지주는 엔에이치(NH)생명보험과 엔에이치손해보험이라는 독립 법인을 통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현재 전력만으로도 생보업계 4위, 손보업계 9위 수준이다. 두 보험사가 출범하면 보험업계는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 32조원 규모의 엔에이치생명은 설립과 동시에 삼성생명(150조원), 대한생명(65조원), 교보생명(60조원)에 이어 업계 4위에 자리 잡게 된다.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8조9687억원으로 대한생명(11조1000억원)이나 교보생명(10조8000억원)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농협은 그동안 유사보험(공제)이라는 제약 때문에 변액보험 등 다양한 보험상품을 출시할 수 없었다. 이제는 보험사로서 영업이 가능하게 됐다. 엔에이치생명의 가장 큰 강점은 실핏줄 같은 방대한 지점망이다. 엔에이치보험은 도시를 중심으로 1172개의 은행지점, 시골을 중심으로 4300개의 단위조합을 갖고 있다.
엔에이치생명 출범을 지켜보는 보험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부장은 “엔에이치생명이 단위농협을 활용해 조합원을 상대로 공격적인 보험 영업을 한다면 기존 보험사의 시장이 크게 잠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보험진출은 자신에게‘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농협 은행부문은 엔에이치보험 상품만을 판매했는데 다음달부터는 삼성·대한·교보생명의 보험을 같이 판매해야 한다. 여기에 설계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아울러 안고 있다. 엔에이치보험의 설계사 인력은 1500명 정도다. 삼성생명(3만여명)의 20분의 1수준이다. 엔에이치보험이 농협은행과 단위조합을 활용한 방카슈랑스에 영업력을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농협의 보험시장 진출은 보험업계의 인수·합병(M&A) 움직임에 한층 더 열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보사 빅3 중 하나인 대한생명은 이미 동양생명 인수를 위한 예비 입찰에 참여한 데 이어 아이엔지(ING)생명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다. 동양생명 자산은 13조원, 아이엔지생명은 20조원이다. 자산 65조원인 대한생명이 이들 중 하나를 인수하면 80조원 안팎의 자산을 보유해 생보업계 2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보험업계가 덩치 키우기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케이비(KB)금융지주, 삼성생명, 녹십자생명 등도 인수·합병전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엔에이치 쪽도 인수·합병전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엔에이치손보는 최근 매물로 나온 에르고(ERGO)다음다이렉트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 경영난을 겪는 그린손해보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한 손해보험사 임원은 “지난해 농협이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흥국화재 등 중소형 손보사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며 “손보사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보사들은 엔에이치손보가 이들 중 하나를 인수해 전력을 재정비하면 2~3년 안에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에 이어 업계 4위까지 치고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재철 사장 쉬는날에만 호텔결제 98번, 왜?
■ 이건희 회장 형 이맹희, ‘삼성 킬러’와 손잡았다
■ 자궁경부암 백신, 필요한 소녀 못맞고…불필요한 아줌마 맞고…
■ 워싱턴포스트의 반성문 “유혹을 이기지 못해…”
■ 삼성·하이닉스와의 ‘치킨게임‘에…일본 엘피다 침몰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재철 사장 쉬는날에만 호텔결제 98번, 왜?
■ 이건희 회장 형 이맹희, ‘삼성 킬러’와 손잡았다
■ 자궁경부암 백신, 필요한 소녀 못맞고…불필요한 아줌마 맞고…
■ 워싱턴포스트의 반성문 “유혹을 이기지 못해…”
■ 삼성·하이닉스와의 ‘치킨게임‘에…일본 엘피다 침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