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승유, 47년 금융인생 마무리
이번달 말 회장직 퇴임 앞둬
“하나고·미소금융 집중할 것”
M&A 통해 금융권 ‘4강 대열’에
외환은 인수 특혜·MB맨 논란도
이번달 말 회장직 퇴임 앞둬
“하나고·미소금융 집중할 것”
M&A 통해 금융권 ‘4강 대열’에
외환은 인수 특혜·MB맨 논란도
지난 2일 김승유(69)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아침 김 회장은 입학식 축사를 하기 위해 하나고등학교에 갔다. 하나고는 하나금융그룹이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에 세운 자율형 사립고이다.
축사에 앞서 김 회장은 학교에 심어 놓은 교목을 일일이 가지치기했다. 이를 지켜봤던 윤교중 하나고 이사(전 하나금융 부회장)는 “영락없는 시골 교장선생님 같았다”며 “(이달 말 하나금융) 회장 그만두면 앞으로 학교에 자주 올 텐데 그러면 교직원들이 땡땡이도 못 칠 것 같다”며 웃었다.
김 회장은 이날 저녁 6시 자신의 47년 금융인생을 마무리하는 고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은행원으로 시작해 아는 건 금융밖에 없는 사람인데, 금융인으로 끝을 맺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선 “하나고(이사장)와 미소금융재단(이사장)에 집중하겠다”며 “하나금융이 원하면 어떤 심부름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지만, 경영에 간섭할 뜻은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금융인생은 인수·합병(M&A)전으로 점철돼 있다. 1997년 하나은행장에 취임한 뒤 충청은행과 보람은행을 연이어 사들인 건 그 출발이었다. 2002년 서울은행 인수 과정은 하나은행 역사에서 특히 중대한 고비였다. 당시 인수 경쟁자 론스타는 훗날 외환은행 인수거래의 상대편으로도 만나게 된다. 서울은행 인수전 당시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등 금융권의 ‘몸집 불리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하나은행으로선 서울은행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중소 은행으로 전락할 처지였다. 론스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하나은행은 당시 국내 5위권이던 서울은행을 인수함으로써 비로소 대형 은행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김 회장도 인수·합병에서 쓴맛을 본 적이 있다. 2006년 8월 엘지(LG)카드(현 신한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를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당시 김 회장은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대적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라 회장이 막판에 입찰가격을 주당 1000원 올려 하나금융은 불과 수천만원 차이로 엘지카드를 신한금융에 넘겨주게 된다. 김 회장은 고별 기자회견에서 “하나금융도 카드산업 육성 차원에서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잘 안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 뒤 한동안 다른 금융회사들이 몸집을 키워나가는 와중에 하나금융은 상대적으로 정체돼 상위권에서 밀려나는 분위기였다. 김 회장은 돌파구를 다시 인수·합병에서 찾았고, 그 대상이 바로 외환은행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지음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은 국민, 신한, 우리금융과 ‘4강 체제’를 이루게 됐다.
하나은행을 급격히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은행 내부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지만, 그늘도 있다.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넘겨받아 결과적으로 ‘먹튀’의 뒷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인데다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엠비(MB)맨’으로 알려져 있어 ‘특혜’라는 시비도 나온다.
김 회장은 논란의 대상인 론스타에 대해 “금융산업의 속성인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를 제대로 해 외환은행이 꾸준히 수익을 냈다”면서도 “너무 단기적으로 보고 해외현지 법인과 점포망을 줄인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평가했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끝’은 좋지 않았다. 황영기·강정원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이 그랬다. 라응찬 회장 역시 ‘고졸 성공 신화’를 썼지만 신한금융 사태로 불명예 퇴진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박수칠 때’ 떠났다. 지난 2일의 기자간담회 종료 뒤 김 회장의 47년 금융인생을 마감하는 영상물이 상영됐다. 배경음악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였고, 노래 가사는 ‘그래 나만의 방식, 그게 바로 내 인생이었어(Yes, it was my way)’로 끝났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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