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협회, 시민단체 수익률 공개에 행정조처 요구
김석동 “업계 설명 부족해 혼란 자초…시정 지시”
김석동 “업계 설명 부족해 혼란 자초…시정 지시”
변액연금보험 수익률 공개로 불거진 생명보험업계와 시민단체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이 생보업계를 질타해 주목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소비자연맹이 최근 내놓은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이 잘못됐다’며 생명보험협회가 금융위에 행정조처를 요청한 것에 대해 “금융위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곳이지 협회를 위해 일하는 곳이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협회가 행정처분을 요청했는지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면서도 “보험사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설명을 하거나 홍보를 잘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번 기회에 고칠 게 있으면 고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 수장이 생보업계를 강하게 비판한 것은, 생보협회가 반론권을 행사하는 데 감독기관을 끌어들이려 한 것에 대한 불쾌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보험업계가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에 관해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현재 금융위는 보험 가입자가 변액연금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하다고 보고, 가입자가 낸 돈에서 얼마가 투자되고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추진중이다.
앞서 생보협회는 지난 10일 금융소비자연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만든 ‘컨슈머리포트 2호-변액연금보험 비교정보’ 자료에 대해 “보험업 법규를 위반했으니 행정조처를 취해달라”고 금융위에 정식 요청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에 대해 부정확한 비교정보를 제공해 고객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만큼 공시를 중단시키고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보험업법 제124조는 보험계약에 관해 비교공시할 경우 공시 내용이 거짓이거나 사실과 달라 계약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금융위는 공시 중단이나 시정 조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생보협회는 “금융소비자연맹이 생보협회 산하에 설치된 ‘생명보험상품공시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데다 사용한 데이터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 보험업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맹은 12일 자료를 내어 “데이터 출처는 보고서에 명시돼 있고 발표한 실효수익률도 ‘생명보험상품 비교·공시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산출 방식에 따라 계산된 것으로 생명보험상품공시위원회가 정한 공시기준대로 정확히 산출했다”고 받아쳤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정책개발팀장은 “생보협회는 민영 생명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단체로 스스로 만든 ‘상품공시기준’을 소비자단체에 그대로 따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생명보험상품공시위원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위원회의 위원 9명 중 6명이 업계 직원으로 꾸려져 있고 나머지 3명만 외부 출신이어서 보험업계의 입맛에 맞게 ‘공시기준’을 세우고 ‘공시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놨다는 것이다.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변액연금보험 논란의 핵심은 그동안 보험사들이 고객들에게 정확한 변액연금보험의 수익률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자동차 보험료를 비교하는 사이트가 만들어져 있듯이 변액보험 상품 수익률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고객이 한눈에 쉽게 비교분석할 수 있는 사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혁준 이재명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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