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5대5로 묻는 절차를 거쳐 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은 김한길 공동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당원·여론조사로 결정”…5 대 5 반영키로
원칙론 반발짝 후퇴…‘국민에 공 넘겼다’ 비판 일듯
원칙론 반발짝 후퇴…‘국민에 공 넘겼다’ 비판 일듯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해온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일 당원·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당론을 다시 정하자고 밝혔다. 청와대가 기초공천 폐지는 없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격화되는 당내 반대여론에 밀려 반발짝 물러난 모양새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냐, 유지냐의 결론에 따라 지방선거와 그 이후 정치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한길 공동대표와 기자회견을 열어 “내 원칙과 소신이 아무리 중요해도 국민과 당원의 뜻보다 더 중요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초선거 공천 폐지 여부에 대해 국민과 당원들의 뜻을 묻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9일 권리당원 30여만명과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당원·국민 응답을 각각 5 대 5로 반영해 공천 폐지 여부를 결정한 뒤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앞서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청와대를 직접 방문하고 7일을 시한으로 못박는 등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기도 했으나, 박 대통령의 ‘요지부동’은 흔들지 못했다. 여기에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기초선거 공천을 해야 한다’는 당내 요구가 점차 거세지는 국면에서 더 이상 버티기도 쉽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이 실시할 국민·당원 여론조사가 어떤 결과로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간의 여론 흐름을 보면, 국민 여론조사에선 기초공천 폐지가, 당원들 사이에선 기초공천 유지가 상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안 대표의 이런 결정이 기초공천으로 선회하기 위한 ‘출구전략’(비주류 쪽)이라는 분석과 “무공천을 강행하기 위한 정면돌파”(주류 쪽)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당심·민심에 이은 다른 변수도 있다.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는 “설문조사 문항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응답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여전히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소신을 강하게 내비쳤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한 의원총회에서도 (기초공천 폐지를 매개로 한) ‘합당정신’을 강조하며 “정치생명을 걸 각오를 하고 있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심야 지도부 회의에서는 “(공천 유지로) 결과가 나오면 책임을 지겠다”며 “신임투표의 성격으로 받아들이고, 대표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할 생각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론까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당 대표의 위치에서 스스로 내려야 할 결단을 당원과 국민의 몫으로 미룬 것 아니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안 대표의 이번 결정은 56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구도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공천 유지 결정이 나면, 여야는 같은 규칙(룰)에 따라 기초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된다. 반면, 새정치연합이 공천 폐지를 결정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환경에 놓이지만, ‘공약 위반’, ‘불공정 선거’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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