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4곳 특별검사 돌입
신협 통해서도 자금조달 드러나
신협 통해서도 자금조달 드러나
금융당국이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관련된 계열사에 대한 조사의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불법 외환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와 계열사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부실 대출 여부를 집중 조사하는 한편으로, 자금줄 구실을 한 신용협동조합(신협)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
유병언 전 회장 일가를 상대로 한 금융감독원의 불법 외환거래 조사가 유씨 일가와 관련된 모든 계열사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앞서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자녀 등의 명의로 된 145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에 신고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1990년부터 미국에 저택 등 부동산 5곳을 사들였다. 특히 자녀 명의로 된 부동산의 경우에는 불법 증여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도 뒤따를 수 있다.
금감원은 이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경남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 4곳에 대한 특별검사에도 착수했다. 이번 특별검사는 ‘금융권의 중수부’ 격으로 최근 신설된 기획검사국이 맡는다. 불법 대출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계열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은행 차입에 적극 나섰다. 선박과 조선소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부실한 계열사들에 다시 자금을 빌려주는 식이었다.
은행을 비롯해 캐피탈사와 저축은행 등에서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이들 계열사가 빌린 자금은 모두 20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특별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4개 은행은 여신 규모가 큰 곳들이다. 청해진해운과 모기업인 천해지, 아해 등 계열사에 대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대출잔액은 각각 642억과 376억원이며, 경남·우리은행에도 300억원 안팎의 대출잔액이 남아 있다. 세모 조선사업부를 인수해 2005년 설립된 천해지에 산업은행이 과거 7년간 빌려준 대출 총액은 781억원에 이른다. 계열사들은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을 적극 활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도료 제조·판매업체인 아해는 시설자금 용도로 국민은행에서 1.5%의 초저리 대출을 받기도 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신협을 통해서도 자금을 끌어모았다. 금감원이 주목하고 있는 세모신협은 세모가 1994년 설립한 직장신협으로 관계사들이 14억여원을 대출한 상태다. 아해의 전신인 세모화학이 과거 유성신협으로부터 부당 대출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신협중앙회와 금감원은 세모신협은 물론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인평·한평신협 등 대출이 나가 있는 다른 신협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황보연 송경화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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