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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정보유출로 피해 입증돼야 배상…실효성 의문

등록 2014-04-30 21:25수정 2014-05-07 09:12

‘금융사에 징벌적 배상책임’ 소위 통과
금융당국 사법체계 이유 들어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있어야”

“유출만으로도 배상” 주장한
애초 야당 법안과는 큰 차이
대법 판결도 엇갈려 논란 가중
‘징벌적 손해배상’은 비슷한 범법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실제 손해를 입은 금액보다 훨씬 높은 배상 책임을 지우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도급법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유용하거나 부당하게 하도급 단가를 인하하는 일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징벌적 손배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앞으로는 금융회사의 고객정보 유출 때도 이런 제도가 적용될 전망이지만, 그 적용 범위를 좁혀놓은 탓에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이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회사(신용정보회사)가 고의 혹은 중대과실로 개인정보를 유출해서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해야 한다. 다만 금융회사가 고의·중대과실이 없다고 입증할 경우에는 면제된다. 배상액은 법원이 정보 유출로 신용정보회사 등이 얻은 경제적 이익과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했다. 법 시행 이후 최초로 벌어지는 정보 유출 사건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올해 초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카드 3사의 고객정보 대량 유출 사건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개인정보 ‘유출’ 자체를 피해로 인정하고 배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애초 야당(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출한 법안과는 간극이 큰 편이다. 야당 쪽에선 이미 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감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데다 유출된 정보가 어디로 유통되는지 개개인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손배제도의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강기정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유출된 고객정보가 더이상 시중에 유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고객들에게 정보 유출만으로도 배상을 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는 개인정보가 시중에 유통돼 ‘보이스피싱’(전화 대출사기)이나 ‘스미싱’ 등 구체적인 피해로 연결됐다는 것이 입증될 때만 ‘피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논리가 받아들여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를 감안했을 때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있어야 한다. 정보 유출 자체를 피해라고 본다면 이번 카드사 사태의 경우에는 전국민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가 된다는 이야기인데 법논리적으로 성립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을 두고선, 징벌적 손배제도 도입이라는 전향적 조치를 취했지만 유사 행위 재발을 억제한다는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피해 발생에 따른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직접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남는다. 법무법인 강호의 장진영 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 기업이 문을 닫게 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기업에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으려면 피해자들이 쉽게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논란을 증폭시켜온 측면도 있다. 2004년 엔씨소프트 리니지 게임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5일간 노출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개인정보 유출만으로 헌법상 프라이버시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10만원씩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반면에 2008년 지에스(GS)칼텍스 보너스카드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건에서는 제3자가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은행연합회 등 각종 민간협회가 맡아온 신용정보 관리를 별도의 공적 기구로 일원화하는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또 신용정보회사들은 원칙적으로 영리 목적의 겸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대신 신용 조회 업무와 신용정보 주체 식별 확인 업무 등 법률에 열거된 유사 업무만 할 수 있다.

한편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추진된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방안에 대해선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금소원의 상위 의사결정기구로 두기로 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두고 여야 및 금융당국 간에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야당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성을 금소위에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보연 방준호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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