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23일 매각 방안 발표 예정
그동안 세차례나 실패했는데도
“30% 일괄 매각” 대주주 찾기 고수
전문가들 “최악의 시나리오” 평가
“분산 매각등 대안 모색해야” 지적
그동안 세차례나 실패했는데도
“30% 일괄 매각” 대주주 찾기 고수
전문가들 “최악의 시나리오” 평가
“분산 매각등 대안 모색해야” 지적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네번째 시도에 나선 정부가 조만간 매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벌써부터 이번 시도 또한 좌초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실 가능성이 낮고 여러 부작용까지 우려되는 ‘주인(대주주) 찾기’를 하느라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과점주주 분산매각 등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3일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구체적인 매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매각이 우리은행 지분 30%를 일괄매각할 ‘일반경쟁입찰’과 10% 미만으로 지분을 쪼개서 팔 ‘희망수량경쟁입찰’을 병행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경영권에 관심이 있는 그룹과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는 재무적 투자자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10% 미만으로 지분을 사려는 그룹에는 인센티브로 콜옵션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입찰 참가자로부터 희망 수량 및 가격을 받는 방식(희망수량경쟁입찰)을 새로 도입한다는 점이다. 투자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유효경쟁을 성사시켜야 할 때 도움이 되는 입찰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매각 방안에 대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한마디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2010년 7월 이후 세 차례나 우리은행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초된 것은 ‘일괄매각’ 방침을 고수해온 영향이 컸다. 일괄매각을 통해 단일 대주주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야 공적자금을 최대로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정부 방침의 근거였다.
정부는 이번 4차 매각에서 희망수량경쟁입찰을 새롭게 도입하면서도 여전히 30% 일괄매각 입찰을 병행하기로 했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예보 지분에다 약 15%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해야 공적자금 전액 상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까지 우리은행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교보생명뿐이다. 우리은행 지분 30%를 인수하려면 3조~4조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교보 쪽의 여력은 1조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수밖에 없지만 단기 차익에만 관심이 많은 재무적 투자자를 구하는 일도 만만찮다. 다른 입찰 희망자가 없을 경우엔 경쟁입찰의 성격상 유찰이 된다.
일괄매각 추진은 특혜시비를 불러올 소지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저금리 기조로 은행산업이 사양산업처럼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에 관심을 가질 주체가 많지 않다. 만일 한군데로 몰아주기 양상을 보인다면 우리은행 노조 등에서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30% 일괄매각을 고수하게 되면 10% 미만으로 쪼개 팔기로 한 희망수량경쟁입찰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확실한 대주주가 있는 은행의 지분을 누가 3~5%씩 사려고 나서겠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일 대주주에 은행을 일괄매각하는 방안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는 “세계적으로 대형 은행 가운데 지배적 주주, 즉 주인이 있는 은행은 한 군데도 없다. 일괄매각을 고집하느라 민영화 방안을 처음 의결했던 때에 견줘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우물쭈물하다가 오히려 수천억의 공적자금을 날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소장은 “사실상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희망수량경쟁입찰을 벌여 과점주주군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전횡이 가능한 1인 대주주의 ‘바윗돌’ 소유구조 혹은 국민주처럼 흩어져버리는 ‘모래알’ 구조에 견줘 경영감시가 가능한 ‘자갈돌’ 소유구조를 만드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경제학)도 “소유분산구조로 가되, 전문경영인을 세우고 노조추천 사외이사를 두는 등 경영감시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영실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0% 미만으로만 입찰에 부치면 예보 지분을 전량 팔기 어렵다. 시장 수요를 감안해서 매각 구조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금융회사를 합병·편입해 만들어졌으며,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그 뒤 몇차례의 ‘블록세일’을 거쳐 5조8000억원을 회수했고,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56.9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방은행(경남·광주은행) 매각대금 상환(1조7000억원)까지 고려하면 미상환 공적자금은 5조4000억원가량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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