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소명을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부당대출·정보유출 사고로
중징계 예상됐던 KB 결정유보
효성그룹에 불법대출 혐의
효성캐피탈 임원들 ‘문책경고’
중징계 예상됐던 KB 결정유보
효성그룹에 불법대출 혐의
효성캐피탈 임원들 ‘문책경고’
케이비(KB)금융지주 수뇌부를 비롯해 금융회사 전·현직 임직원 200여명에 대한 금융당국의 무더기 제재가 다음달로 미뤄졌다. 효성그룹 임원들에게 거액을 불법 대출한 효성캐피탈은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오후 제12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케이비금융과 효성캐피탈 등에 대한 제재 양형을 심의했다. 애초 금감원은 이날 각종 금융사고에 연루된 금융회사 전·현직 임직원 200여명에 대한 징계를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심의 시간 부족으로 결정을 유보했다. 이르면 다음달 3일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이날 제재 대상 가운데 최대 관심은 케이비금융이었다. 임영록 케이비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부 갈등과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카드의 고객정보 유출 등과 관련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았다. 사전에 통보된 대로 문책경고를 받게 되면, 현 임기를 마친 뒤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종전 관행으로 보면, 현 임기를 제대로 마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 4월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중징계를 받은 뒤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에 시달린 바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장시간 억울함을 피력하면서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이날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변경은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 간의 갈등이기 때문에 지주 쪽에서 관여하기가 오히려 어려웠다고 소명했다. 또 이건호 행장은 전산시스템 변경과 관련한 위법·부당행위를 감독당국이 인지하기 전에 자진 신고했으니 제재를 감경받아야 한다는 점을 진술에서 강조했다. 두 사람은 정보유출과 대출비리에 대해서도 각각 사고 발생 당시 자신들이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이들의 소명이 제재 수위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이날 효성캐피탈의 여신전문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사전 통보한 중징계를 원안 그대로 확정했다. 효성캐피탈은 기관경고를 받았으며, 효성캐피탈 전·현직 대표이사 2명은 문책경고를, ㈜효성의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조현문 전 부사장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조현준 사장 등 효성 임원 10여명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효성캐피탈에서 4300억원을 부당하게 대출받아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보험업계의 관심이 쏠린 아이엔지(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제재 심의도 새달로 연기됐다. 금감원 쪽은 “판례 해석에 대한 다양한 의견 개진으로 충분한 심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아이엔지생명을 검사한 결과,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90여건에 대한 200억원의 보험금(2003~2010년)을 미지급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아이엔지생명을 포함한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전까지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준다고 명시해놓고 보험금이 더 적은 일반사망금을 지급해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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