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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자살보험금 미지급 제재 ‘차일피일’

등록 2014-07-08 19:35수정 2014-07-08 21:55

금감원, ING 제재 자꾸 미뤄
17일 제재심의위 상정도 불투명
“법리 논쟁 하느라 시간 소요”
시민단체선 ‘보험업계 로비’ 의심
아이엔지생명(ING)이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보험업계 로비 탓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제재 지연에 대해 “제재심의위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어 법리 논쟁을 벌이고 있어 (애초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안건 토론을 한시간 넘게 벌였는데 좀더 논의할 것이 많다는 제재심의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열린 제재심의위에는 아예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한 데 이어, 이달 17일과 24일에 열릴 제재심의위에 상정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금융당국 관계자 3명과 교수·변호사 등 민간 외부위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엔지생명은 재해사망 특별약관에 ‘보험 가입 2년 뒤 자살한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된 것과 달리 자살한 보험가입자들에게, 보험금 200억원 정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의 두 배가량에 이른다.

금감원은 지난해 8~9월 아이엔지생명에 대한 검사에서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지난달 관련 임직원에 대한 경징계와 과징금 부과를 사전통보한 바 있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약관사항은 지키도록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제재 절차가 더딘 것은 이번 사안이 아이엔지생명뿐 아니라 생보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큰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과 관련이 깊다. 대부분 생명보험회사들은 2003년부터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전까지 유사한 약관을 두고 있었다.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금융감독원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4월말 현재 아이엔지생명 사례와 같이 미지급된 재해사망보험금 규모는 2179억원에 이른다. 또 과거 재해사망 특약이 들어간 상품 보유 현황을 알아봤더니 모두 281만7173건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선 우리나라 자살률 통계를 바탕으로 향후 보험회사들이 1조원대에 달하는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쪽은 금융당국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아이엔지생명 관계자는 “과거 약관 표기상 실수일 뿐 기본적으로 자살을 재해로 보기 어렵다”며 “보험사의 약관에도 책임은 있지만 금감원이 이를 수년 동안 방치해온 것 아니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험업계의 표준약관은 금융당국의 손을 거쳐 나온다. 이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고등법원 판례 4건이 계약조건에 따라 보험금 지급에 대한 엇갈린 판단을 내린 점도 제재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 쪽에선 아이엔지생명의 법무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비롯해 생보업계가 적극적인 로비를 펼치면서 제재심의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약관을 지켰느냐 아니냐에 따라 위법 행위를 가리면 되는 문제인데 행정기관에서 불필요한 법리 공방을 벌이고 있다”며 “업계가 전방위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아이엔지생명에 대한 제재만 내리고 지급명령 등에 대한 판단은 법원으로 미룰지, 아니면 지급명령도 함께 내릴지도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보험금 지급을 보험사 자율로 맡길 경우, 실제 돈을 받기 위해선 유족들이 행정소송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감원이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도록 행정지도를 해야 하고, 일반적인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2년)가 아닌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소멸시효(10년)를 적용해서 소멸시효 때문에 보험금을 못 받는 가입자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방준호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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