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규제개혁방안 발표…711건 규제완화
원스톱 자산관리 복합점포 활성화
보험사, 국외은행 소유 허용
지급여력 150%권고 단계적 폐지
“우회적 금산분리 완화” 우려
“실적 채우려 단편대책 나열” 비판
원스톱 자산관리 복합점포 활성화
보험사, 국외은행 소유 허용
지급여력 150%권고 단계적 폐지
“우회적 금산분리 완화” 우려
“실적 채우려 단편대책 나열” 비판
한 계좌에서 예금, 보험,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관리할 수 있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또 한 점포에서 원스톱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복합점포가 활성화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금융규제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금융회사 영업행위에 대한 자율성을 확대하는 한편 시장 진입 장벽을 허물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무려 711건에 이르는 규제완화 방안을 쏟아내면서도 그 부작용에 대한 고민은 미흡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규제완화 내용 보니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눈에 띄는 방안은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 도입이다. 현재도 재형저축이나 연금저축 등 세제 혜택이 부여된 금융상품이 있지만 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 등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특정 상품을 5~10년간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이에 따라 중산층의 재산 형성 지원을 위해 세제 혜택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좌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는 1개의 금융계좌에 예금, 보험, 펀드 등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편입해 고객 스스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가입 대상이나 세제 혜택 범위 등 구체적 내용과 시행 시점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2016년께부터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같은 금융그룹의 은행 점포와 증권 점포 등을 통합한 복합점포를 활성화해 금융소비자가 한 공간 안에서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등의 업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회사의 부수·겸영 업무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처들도 시행된다. 예를 들어 은행이나 보험사가 새로운 업무를 추가하려면 금융위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업종별로 한 회사가 신고를 해서 부수 업무로 인정받으면 나머지 다른 회사들은 신고하지 않아도 같은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내 금융산업의 외연 확장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보험사들이 국외에서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방안도 나왔다. 2012년 동부화재는 라오스 은행의 지분을 인수했고, 한화생명이 말레이시아 은행을 설립하려 했으나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산업자본이 실질적 지배를 하는 보험사들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이를 국외에선 허용해주기로 한 것이다.
보험사에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에 해당하는 지급여력비율(RBC)을 150%에 맞추도록 한 금융당국의 권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건전성 규제도 풀어주기로 했다. 또 보험사가 사모투자 전문회사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면 금융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런 기준을 30% 미만으로 완화했다.
■ 우회적 금산분리 완화 등 부작용 우려 금융위는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한 규제개혁 끝장토론 이후 규제개혁 과제를 찾는 데 온 힘을 쏟아왔다. 이날 금융위는 3100건의 금융 관련 규제 가운데 1769건을 과제로 발굴했고, 이 가운데 40%에 이르는 711건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나온 72쪽에 달하는 금융규제개혁방안 자료 가운데 ‘부작용 차단장치 마련’은 2쪽 분량에 그쳤다. 내용도 준법감시인 역할 강화, 지배구조 합리화 등 기존에 나왔던 정책들을 재탕하는 수준이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근본적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방안, 규제완화 부작용에 대한 엄정한 제재 방안 등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대통령 보고용으로 ‘실적 채우기’를 하느라 큰 그림을 그리는 대신 단편적인 정책들만 주르륵 늘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우회적 금산분리 완화’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온 보험사의 국외 은행 소유 허용, 보험사의 사모투자 전문회사 관련 규제완화 등 몇몇 방안에 대해서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예컨대 보험사의 국외 은행 소유 허용의 경우, 보험사가 국외에서 은행을 설립한 이후 다른 나라의 현지 법인들과의 거래를 통해 부실 계열사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다 국외 은행의 부실이 국내 모그룹으로 전이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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