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레이더 4명 141억 부당이득
외국계 트레이더가 ‘알고리즘’을 이용해 시세조종을 하다가 적발되는 등 주가조작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 이용 수법은 주가 및 시장정보 등이 설정해둔 매매조건에 부합하면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자동 주문이 실행되도록 설계된 고도화된 매매 기법이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올해 상반기에 조사를 마친 불공정거래 사건이 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건)에 견줘 7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5건은 검찰에 이첩(고발·통보)했고 19건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조처가 이루어졌다. 검찰에 넘겨진 적발 사례를 보면, 시세조종이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분 보고 위반 13건, 미공개정보 이용 13건, 부정거래 11건 등의 차례였다.
금감원은 특히 외국인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코스피200 야간 선물시장에서 시세조종한 사례가 처음으로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소재 알고리즘 트레이딩회사 소속 트레이더 4명은 본인의 성과급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개인투자자가 많은 시장에 진입해 약 14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하루에도 많게는 수백 차례 가장매매, 물량소진 등의 수법으로 시세조종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투자자문사 임원이 기관투자자 등과의 일임계약(투자관리를 일임하는 계약)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고객이 맡긴 일임재산을 이용해 시세조종에 나섰다가 덜미를 잡힌 사례도 있다. 이를 통해 200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해당 임원은 해임요구 상당의 조처를 받았고, 해당 투자자문사에 대해서는 등록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또 금감원은 상장회사 대표이사가 자사의 국외 기술이전 계약체결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기 전에 미리 해당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하는가 하면, 태양광 설비 공급계약이 무산되면서 상장폐지를 앞둔 또다른 상장회사 간부가 미리 주식을 내다팔아 손실을 줄이는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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