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대통령 ‘금융 보신주의’ 질타뒤 바빠진 금융당국
금융 선진화? 경기부양 관치?

등록 2014-08-05 19:42수정 2014-08-05 21:19

신제윤 금융위원장(뒷줄 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을지로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에서 열린 은행권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제윤 금융위원장(뒷줄 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을지로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에서 열린 은행권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제윤 금융위원장, 시중은행 간담회
기술력 중소기업과도 만날 예정
“관계형 금융 추진 방향에 부합”

은행선 단기성과주의 심화 우려
“부실률 높아지면 누가 책임지나”
신 위원장 “부실땐 개인보다 기관 제재”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기관 보신주의’를 강도 높게 질타한 이후,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는 금융당국의 행보가 분주하다. 금융당국은 기업의 기술력을 고려한 ‘관계형 금융’을 추진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고, 은행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무리한 대출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나 “(은행 부실대출이 발생할 경우)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개인에 대한 제재는 자제하고 기관에 대해서만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리스크를 우려해 대출을 꺼리는 은행 임직원들을 고려해, 부실 발생에 따른 제재를 면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 금융회사 직원의 면책 규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선별적으로 면책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네거티브’로 바꾸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9월초까지 금융회사의 보수적 자금운용 행태에 대한 개선방안을 낼 예정이다. 대출 실적과 임직원의 성과보수를 연동시키도록 하는 한편 면책 관련 평가체계 개선 방안이 포함된다.

이에 앞서 신 위원장은 이날 서울 기업은행 본점에서 9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및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금융권이 창업·혁신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힘써달라”고 주문한 뒤 참석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오는 7일에는 중소기업 관계자들과도 만난다. 사업자금 확보에서 기업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박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회복의 핵심 과제로 금융권의 적극적인 ‘돈풀기’를 주문하면서 신속한 후속 조처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제로 은행 대출이 담보와 보증에 지나치게 의존해 있어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 심사 기능이 떨어져 있다”며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기술 자체에 대해서도 은행이 평가해 자금지원을 해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런 개선 방안이 종전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관계형 금융’의 취지와도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관계형 금융이란, 기술력이나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한 대출 관행을 정착시켜 금융권이 중소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는 지난 6월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금융기관 눈높이에 맞게 평가할 수 있는 ‘기술신용정보 제공기관’(TCB)과 ‘기술정보데이터베이스’(TDB)를 구축해 하반기에 7500개 기업이 4조7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도록 제도개선에 나선 바 있다.

시중은행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담당 부행장은 “예전에 비해 수익이 떨어진 상황에서 영업을 마구 늘려서 부실률이 높아지면 누가 책임을 져 주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어려운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쉽지 않았던 것은 현재 은행 임원들에게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낼 것을 요구하는 평가구조 때문이다. 그런데 대출실적을 따져 임직원 평가를 하겠다고 하면 단기성과주의가 더 심화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기술이 있다고 해서 담보도 없이 비우량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 수는 없다”며 “금융당국도 이렇게 대출을 열심히 하라고 해놓고, 결국은 은행 건전성(부실 규모)을 따질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기업들이 투자·고용을 늘리지 않는 게 자금이 부족해서인지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돈을 풀다가 거시 건전성을 훼손하는 위험이 발생할 때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관계형 금융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중인데, 이런 딜레마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신제윤 위원장은 이날 “부실에 대비해 조건부자본증권을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간담회에서) 나왔다. 건전성 보완 방안도 찾겠다”고 말했다.

황보연 송경화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