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발 등 내부 갈등 격화…금감원장은 경징계 거부권 검토
지난 21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임영록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경징계’ 결정으로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갈 것처럼 보였던 케이비 사태가 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은행이 ‘주전산기 교체’에 연관된 케이비금융지주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데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제재심의위의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는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국내 최대 금융기관인 케이비금융의 파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주전산기 제재결정 승인 미루고
최수현 금감원장, 법률검토 지시
국민은행은 지주사 임원 3명 고발
“볼썽사나운 권력다툼만 벌여와”
노조, 금감원장에 거부권 촉구
정치권도 ‘봐주기 징계 추궁’ 엄포 28일 최수현 금감원장은 21일 제재심의위에서 나온 케이비금융에 대한 제재 결정 가운데 국민주택채권과 도쿄지점 부당대출 건만 승인했으며, 주전산기 교체 관련 건은 승인을 보류했다. 이 때문에 두 달여 전부터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장담해온 그가 제재심의위의 경징계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재심의위는 형식상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이지만, 그동안 이 기구의 결정이 번복된 적은 없었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자문 결과를 원장이 참고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원장은 이번 제재심의위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진 사유가 타당한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은 애초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왜곡·허위보고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두 사람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 하지만 제재심의위에서는 외부 업체와의 유착 등 불법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고 아직 손실이 발생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수위를 낮춰줬다. 이에 대해 일반은행검사국 쪽은 “이미 경영건전성이 훼손되는 등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고 아직 계량화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검토 의견을 금감원장에게 보고했다. 만일 최 원장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 근거로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이 ‘내부정보 누설’ 건으로 감봉 조처를 받은 케이비금융지주 전 부사장이 낸 징계 취소 소송을 기각한 점을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건전성이 재무적 건전성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의 법령 준수 여부나 내부통제기준 수립 여부 등의 의미도 포함한다는 것이 판결 요지”라고 전했다.
케이비금융의 내부 갈등은 다시 증폭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6일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케이비금융지주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 문윤호 아이티(IT)기획부장과 국민은행 아이티본부장인 조근철 상무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5월 금감원에 스스로 검사 요청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사법당국에 맡겨서라도 이번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지난 22~23일 케이비금융의 전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이 참여했던 경기 가평군 백련사 템플스테이 행사에서도, 임 회장에게만 독방이 배정됐다는 이유로 이 행장이 일정 도중에 혼자 귀경한 사실도 알려졌다.
다음달 3일 총파업을 예고한 금융산업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각기 다른 권력의 끈을 붙잡고 내려온 낙하산 인사들이 경영자로서의 기본 의무는 망각한 채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해 볼썽사나운 권력다툼을 벌였다”며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낙하산 경영진 구출 작전에 동원돼 사실상 내부 업무가 마비된 만큼 금감원장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고 중징계를 내려라”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요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금융노조 집회에 참석해 “어설픈 처신을 하고 있는 최수현 원장에 대해 새누리당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제재심의위 결정 직후 “케이비 제재가 최종적으로 경징계로 결정이 난다면 국정감사에서 ‘구명 로비’의 전말과 ‘봐주기 징계’에 대해 철저히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6일 금융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사안인 만큼 지켜봐달라”고 말해,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감원이 이번 제재 과정에서 너무 서두르면서 무리하게 일을 벌인 측면이 있지만, 케이비금융의 경영 공백 등을 고려하면 두 사람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며 “다른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도저히 금융회사의 경영을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판단돼 벌써 쫓겨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최수현 금감원장, 법률검토 지시
국민은행은 지주사 임원 3명 고발
“볼썽사나운 권력다툼만 벌여와”
노조, 금감원장에 거부권 촉구
정치권도 ‘봐주기 징계 추궁’ 엄포 28일 최수현 금감원장은 21일 제재심의위에서 나온 케이비금융에 대한 제재 결정 가운데 국민주택채권과 도쿄지점 부당대출 건만 승인했으며, 주전산기 교체 관련 건은 승인을 보류했다. 이 때문에 두 달여 전부터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장담해온 그가 제재심의위의 경징계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재심의위는 형식상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이지만, 그동안 이 기구의 결정이 번복된 적은 없었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자문 결과를 원장이 참고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