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추궁받는 사외이사들로 구성
시민단체·노조 등 감시·압박나서
“낙하산배제·조직봉합 리더십 필요”
시민단체·노조 등 감시·압박나서
“낙하산배제·조직봉합 리더십 필요”
극심한 내분 사태가 일단락된 케이비(KB)금융지주의 새 회장 후보 10여명의 윤곽이 2일 드러난다.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조직 통합을 모색할 수 있는 인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또다른 책임론에 휘말려 있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적임자를 제대로 선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케이비금융지주 회추위는 이날 제3차 회의를 열어, 100명 안팎의 후보군 가운데 10여명의 ‘쇼트리스트’(예비후보 명단)를 선정한 뒤 각 후보자의 동의를 거쳐 공개할 방침이다. 이어 2차 후보군 4명이 결정되며, 이달 하순쯤 최종 후보 1명이 정해진다. 회추위는 종전에는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던 최고경영자(CEO) 후보 평가기준도 지난 26일 공개했다. 최대한 투명하게 선임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케이비 사태를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새 회장 선임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좌지우지하는 데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9명으로만 구성돼 있다. 또 전체 후보군 약 100명 가운데 60명가량은 기존 ‘시이오 승계 프로그램’에서 관리해온 후보군인데, 이들 역시 사외이사 5명으로만 구성된 이사회 산하 ‘평가보상위원회’에서 평가·관리해온 이들이다.
케이비 회장 선임 과정에 소수주주로 개입하기로 한 경제개혁연대는 1일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특별검사에 착수한 이후 열린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청구하고 이사회와의 면담도 요청했다. 이들은 “심각한 내분에 휘말리는 과정에서 컨트롤타워(지휘부)인 이사회가 문제의 본질을 어떻게 인식했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외이사들이 회장 선임이라는 중차대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회추위가 공개한 후보 자격 기준도 기존 시이오 승계 프로그램에서 활용해온 기준을 재탕한 것이어서 좀더 적극적인 자격 요건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임원경력 및 업무추진력’을 평가하는 기준에서는 ‘금융정책·금융감독기관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경력도 주요하게 인정하고 있다. 이번 케이비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받아온 ‘낙하산 인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금융회사에서 일한 경력을 필수 요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회추위는 ‘성과·인사부문 개혁’, ‘정치적 중립성’ 같은 항목에 대해서는 구체적 평가기준을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은행 노조는 관피아·정피아뿐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 출신 인사도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쇼트리스트’에서 배제돼야 한다며 회추위를 압박하고 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외부 인사들의 갈등으로 촉발된 것인 만큼 조직 안정을 위해 내부 출신이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내부 인사 선임’을 요구하는 직원 1만1287명의 서명을 받아 이사회에 전달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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