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시행땐 경미한 사고에도
보험료 4만5000원 더 올라
전체 절반이 1점 이하 가벼운 사고
금감원, 무사고 인하 혜택만 강조
보험료 4만5000원 더 올라
전체 절반이 1점 이하 가벼운 사고
금감원, 무사고 인하 혜택만 강조
2018년부터 시행 예정인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 제도’에 따르면, 사고자 전체의 70%를 웃도는 경미한 접촉사고를 낸 보험가입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이 보험료 인상을 우려해 사고가 나더라도 자비 처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25년 만에 변경되는 할인·할증 제도 개편안을 내면서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정보는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보험회사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7일 신동우 의원(새누리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현행 ‘점수제’에서 0.5점에 해당하는 50만원 이하 물적 사고(단순 접촉사고 등)에 대한 보험료가 개편안의 ‘건수제’에서는 종전보다 평균 4만5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50만원을 넘긴 물적 사고 1건(현행 제도에서 0.5점짜리)을 낸 경우에는 보험료가 평균 9만6000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말 자동차보험계약 차량 대수 1735만4601대를 기준으로 제도 개편에 따른 보험료 변동을 시뮬레이션(가상실험)해서 대당 평균 보험료를 산출한 것이다. 금감원이 보험료 증가 때 2.6%의 기본보험료를 내리겠다고 한 방침이 이행되더라도 각각 2만7000원과 7만6000원씩 보험료가 늘어난다.
이런 변화는 현행 제도에서는 경미한 사고를 한번 낼 경우에는 물적사고 할증기준 금액(200만원이 80% 이상) 이하로 내면 할증이 되지 않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무조건 할증 등급이 올라가도록 바뀌기 때문이다. 0.5점을 받았던 매우 경미한 사고자의 비중만 따져봐도 사고차량 전체의 50.6%(177만2863대)다.
가벼운 접촉사고를 한 해에 두 번 혹은 세 번 내는 사람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두 번 사고를 내고 1점을 받았던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는 23만7000원(첫 사고가 50만원 초과인 경우) 오르고, 세 번 사고를 내고 1.5점을 받았던 이들은 55만2000원(첫 사고가 50만원 초과인 경우)이나 오른다. 2012년 기준으로 1~3회 사고를 낸 이들 가운데 사고 크기가 작아 경미한 사고로 볼 수 있는 0~1.5점을 받은 비중은 전체 사고차량의 76.7%(268만3163대)에 이른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당국 종합감사에서 신동우 의원은 “대다수 경미한 단순 접촉사고를 낸 보험계약자에게는 매우 불리하고 사망사고 등 대형 사고를 낸 소수 보험계약자에게만 유리한 개편안”이라며 “대형 인명사고를 낸 차량의 보험료보다 단순한 접촉사고 3건을 낸 차량의 보험료가 더 많아진다면 어느 국민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사망사고를 포함한 3회 이상 복합사고를 내서 17점을 받았던 보험가입자는 제도가 변경되면 보험료가 78만6000원 낮아진다.
금감원은 지난 8월 개편안을 내면서 전체 보험가입자의 80%에 속하는 무사고자의 보험료 인하 혜택(2.6%·2300억원)만 강조했을 뿐, 사고차량의 직접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금감원이 언급한 사고자 비율은 연간 단위로는 19.7%에 불과하지만, 6년 누적으로는 104.4%에 달한다. 6년 이내에 누구나 보험료 할증 폭탄을 맞게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5년 이상 보험료 변동 추이를 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에는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다.
김영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그동안 1회 사고로는 할증이 되지 않았던) 200만원 이하 소액 대물사고로 2011~2013년에 보험업계가 평균 지급한 보험금이 2조9000억원인데, 앞으로 건수제로 바뀌면 여기에 할증이 붙어 보험사의 이익이 커진다”며 “금감원이 보험료 증가액을 할인으로 돌리겠다고 했지만 보험사들의 요율을 강제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전세계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점수제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개편이 필요하다. 지적된 문제는 추후 제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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