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KB금융 이번엔 ‘사외이사 책임론’ 줄다리기

등록 2014-11-04 20:20수정 2014-11-04 22:05

지주회장 뺀 나머지 9명이 사외이사
“내분 사태에 아무런 역할 못해”
금융당국 직간접으로 사퇴 압박
“물러날 이유도 계획도 없어”
사외이사들은 ‘버티기’로 일관
케이비(KB)금융 내분 사태가 이번엔 ‘사외이사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압박하는 금융당국과 버티는 사외이사들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탓이다. 윤종규 케이비금융 회장 내정자의 첫 과제가 사외이사 거취 정리로 되고 있는 모양새다.

4일 금융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케이비금융의 엘아이지(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에 관련된 안건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상정할 계획이 현재로선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케이비금융은 지난 6월 엘아이지손보와 6850억원에 지분 19.47% 인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8월에 금융위에 자회사 편입 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원래는 지난달 케이비손보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었지만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심사가 늦어졌다.

이에 따라 케이비금융은 지난달 28일부터 계약금 대비 연 6% 수준(하루 1억1000만원)의 계약실행 지연 이자를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승인권을 가진 금융위가 안건 상정 계획조차 잡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 정례회의는 이달 12일과 26일에 열리는데, 당장 12일에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르면 26일 승인이 나더라도 케이비금융은 30억원 이상의 지연이자를 내야 한다.

금융위 ‘LIG 인수’ 안건상정 늦어져
계약실행 지연 이자 물어야 할 판
연내 ‘금융사 지배구조 규준’ 마련 때
사외이사 임기축소 등 검토

금융위가 안건 상정을 미루는 데는 케이비금융의 자회사 인수 건을 빌미로 사외이사진에 대한 사퇴를 우회적으로 종용하겠다는 의중이 실려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내분 사태로 지배구조가 총체적으로 휘청거렸고 그 한복판에 이사회가 있었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책임을 비켜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케이비금융 사태에서)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는 사외이사 제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이냐가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임영록 전 케이비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동안에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 이사회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또다른 권력집단이 된 현직 사외이사들의 입지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할 계획인데, 사외이사를 겨냥한 내용이 상당 부분 담길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첫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것과 함께 금융권 경험 등의 자격요건 신설,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평가 공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케이비금융 이사회는 지주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이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대주주가 없는 금융회사의 이사회에서 비상근으로 활동하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과도하게 많은 기형적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군다나 보수가 1인당 9200만원에 달해, 높은 보수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느냐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케이비금융 사외이사들은 이런 직간접적 사퇴 압박을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경재 케이비금융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29일 윤종규 내정자를 차기 회장 후보로 공식 의결한 직후, “거취는 무슨 거취냐”며 “(사퇴할) 아무런 이유도, 계획도 없다”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케이비금융 사외이사 가운데 올해 임명된 조재호·김명직·신성환 이사를 제외한 6명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이경재·고승의 이사는 최장 5년 임기를 다 채웠기 때문에 더 이상 연임이 어렵지만, 김영진·황건호·이종천·김영과 이사는 임기 만료냐, 연임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일부에선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이 구태의연한 관치금융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다 윤종규 차기 회장이 사외이사의 지지로 회장에 내정된 바 있어, 사외이사들의 향후 거취에 한층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