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년 지나면 총액 5천만원만 보호
“예금자 의지와 무관하게 피해”
금감원 `‘약정 만기까지 보호’ 추진
주무기관인 예금보험공사는 난색
“예금자 의지와 무관하게 피해”
금감원 `‘약정 만기까지 보호’ 추진
주무기관인 예금보험공사는 난색
이달 1일 에스비아이(SBI)저축은행은 계열 저축은행 3곳을 합병했다. 합병 전 에스비아이와 계열 저축은행 4곳에 각각 4000만원씩 정기예금을 넣어둔 김정수(가명)씨는 지난 9월 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이 합병 은행의 고객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이유였다.
예금자보호법 31조에 따르면, 합병 이후 1년 동안만 각 저축은행에 예치해둔 예금이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호된다. 하지만 김씨가 들어둔 예금상품의 만기는 2016년이다. 내년 10월까지는 4개 저축은행에 분산해둔 예금 1억6000만원을 모두 보호받을 수 있지만, 그 이후로는 은행에 부실이 생기더라도 5000만원만 보호된다. 김씨는 “고객 의지와 무관하게 은행이 합병을 한 것인데, 예금보호 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 간 합병이 빈번해지면서, 이에 따른 예금보호 적용 대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합병 전에 약정이 체결된 정기예금을 약정 만기 시점까지 보호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무기관인 예금보험공사 쪽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24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합병 대상 금융회사에 장기 예금을 분산 예치한 예금자의 경우 합병 뒤 1년이 지나면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예금보험 혜택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는 측면이 있다”며 “정기예금 등은 약정 만기 시점까지 기존 예금보험이 보장될 수 있도록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이달 초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또 “합병으로 인해 고객이 예금을 중도해지할 경우에도 기존 약정이율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현재 예금자보호법에는 합병으로 인한 예금 중도해지 때 약정금리를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이 없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예금과 적금, 증권사 예치금, 보험계약 등 예금자 보호 대상 금융상품 가운데 1인당 5000만원 이내 보호를 받는 예금 규모는 859조3000억원에 달한다. 업권별로 보면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내 예금 비율이 전체의 94.3%로 가장 높고, 보험사(82.9%)와 종합금융회사(76.3%), 증권 등 금융투자회사(66.9%), 은행(39.3%) 등의 차례로 보호예금의 비중이 높다.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저축은행 고객일수록 예금보호 한도에 맞춰 넣어두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금감원은 합병 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금 규모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합을 앞둔 하나·외환은행의 경우, 양쪽 은행에 계좌를 보유한 고객 가운데 합병으로 예금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이들은 7만4100명(60조원·6월 말 기준)이며, 1년 뒤 예금보호를 받지 못하는 장기예금 보유자는 1만4900명(6200억원)으로 추산했다. 금감원 쪽은 “비보호예금의 예상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예금자가 각각의 보호예금에 대해 보험료를 모두 부담했는데도 합병 뒤 1년이 지나면 보험금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예금자 권익에 문제가 되므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영국에서도 정기예금에 대해 약정 만기까지 예금보장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법 개정 추진 요구에 대해, 예금보험공사 쪽은 부정적이어서 제도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보 관계자는 “합병한 금융회사가 1년 뒤 다시 부실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예금보호를 늘려달라는 것인데, 이 합병회사가 금융위의 인가를 거쳐서 만들어진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우려”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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