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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재벌 입김에 흔들리는 금융사 지배구조 기준

등록 2014-12-16 20:25수정 2014-12-16 21:59

현장에서
“특정 그룹에서 낸 반대 의견이 여러 채널을 통해 집중적으로 들어왔다.”

지난 9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설치 의무를 포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시행을 애초 계획보다 2주간 미루기로 한 이유를 묻자, 금융위원회 핵심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특정 그룹’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 다수 금융계열사가 모범규준을 따라야 하는 삼성그룹 쪽이 ‘반대 의견’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삼성 쪽은 그룹 내 법무 라인과 재계 단체, 업권별 협회, 보수 매체 등을 총동원해 전방위로 반대 의견을 살포했다. 한 예로, 삼성생명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계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배포한 반대 의견서를 다시 보험업계 출입기자단에도 그대로 전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보험업계에선 “그룹이 주도해온 사장 선임권을 건드린다는 데 삼성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워낙 ‘강한 선수’(삼성)가 나서서 다른 그룹들은 지켜만 보고 있어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0일 모범규준을 발표하는 자리에선, 앞으로 재벌 그룹들도 계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때 그룹 총수의 의중에 따라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기자 브리핑 당시 이런 대목이 부각되지 않자, 금융위 간부들은 몇몇 기자들에게 “2금융권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니, 주의깊게 봐달라”는 당부까지 건넸다.

하지만 업계 의견을 경청한다며 시행 시기를 미루던 금융위는 급기야 지난 15일 “임추위 설치 의무는 2금융권에 제외시켜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오락가락 행보는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삼성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논란의 정점에 있는 임추위는 시이오 후보자의 자격 요건을 검증하고 이사회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구실을 맡는 기구다. 시이오 선임 절차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주로 그룹 차원 인사로 시이오를 선임해온 재벌 금융회사들은 ‘주주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엄격하게 감시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으로도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임추위는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를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어, 그 구성은 금융회사의 손에 달려 있다. 재계 쪽 우려와 달리, 대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통로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모범규준은 ‘원칙준수·예외공시’(Comply or Explain) 원칙에 따라 시행된다. 만일 모범규준을 그대로 따르지 못할 경우, 연차보고서를 통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유를 설명하면 된다.

황보연 기자
황보연 기자
금융위 간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자님 말씀에 준하는 수준인’ 모범규준을 불과 20여일 만에 없던 일로 접으면서 금융위가 애초부터 이를 시행할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금융위는 최근 케이비(KB)금융에 대해서는 사외이사는 물론이고 집행임원 사퇴까지 암시하는 등 인적 청산을 위한 고강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주인 없는 은행에 대해서는 과도한 수준으로 관치의 구태를 이어가면서 주인 있는 금융회사에는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라는 말조차 거둬들이는 모양새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뼈대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제정도 요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주주 자격 요건을 면밀히 심사하자는 이 법안에 대해서도 재계는 강력 반발해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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