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만기가 되는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대출 잔액의 10%를 웃도는 42조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 등의 변수가 뒤따를 경우, 가계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환(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488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42조2000억원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337억7000억원(6월말 기준)의 12.5%에 해당된다. 보험사등 2금융권을 포함하면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이후로 연도별 만기 도래액을 보면, 2016년에 19조8000억원, 2017년 7조2000억원, 2018년 3조9000억원 등이다. 2019년 이후로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240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안팎이다. 주택담보대출은 단기·일시상환 방식의 계약구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만기 일시상환 계약이 전체 주택담보대출 30% 가량을 차지한다. 평소에는 이자만 내다가 3년 이내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방식을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기가 대출 이후 1~2년 내에 집중돼 있는 일시상환 대출은 원래 만기를 파악하는 해의 다음해에 만기도래 규모가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대부분은 만기 연장을 통해 상환이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 추진 이후 만기 일시상환 대출은 더 이상 크게 늘지 않고 장기 분할상환상품으로 옮아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계속 늘려나가는 등의 노력으로 대출 만기를 점차 분산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에 경기 악화·집값 하락 등의 변수에 따라 만기 연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금융학부)는 “주택가격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가계대출의 절대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다 내년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안심하고만 있을 상황은 아니다”라며 “부실 위험의 징후가 보이면 은행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대응책을 강구하도록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지난 8월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조처 이후 급증함에 따라, 최근 넉달 새 22조원이나 늘었다. 특히 대출규제 완화 이후, 주택구입보다는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을 빌린 용도의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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