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현재보다 10% 안팎 오를 전망이다. 보험 가입자들이 입원을 하거나 치료를 받을 때 부담해야 하는 자기부담금도 현재 진료비의 10%에서 20% 이상으로 높아진다.
금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규정개정, 판매 준비기간을 고려해 내년초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실손의료보험은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나서 청구되는 병원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으로는 보장받을 수 없는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을 보장해주기 위한 보험상품이다. 환자본인 부담금에 해당하는 의료비의 90%까지 보장해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이달 5일 기준으로 국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규모는 3300만명에 이른다.
이번 대책은 만 5년 동안 묶여 있던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가계에 끼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2009년 10월 ‘실손의료보험 보장내용 표준화’ 이후 판매된 상품의 보험료 인상이 5년 동안 억제됐었는데 올해 10월로 유예기간이 풀리면서, 보험사별로 인상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금융위는 보험료 인상을 회사별로 최대 5% 억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내년에 신규로 보험상품을 계약하거나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갱신 대상 가입자들에 우선적으로 적용되며, 전체의 10~15%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손해보험사들이 실제 자사의 보험금 지급실적을 바탕으로 마련한 내년도 보험료 인상률(각사 경험위험률 기준)은 15~20% 가량이다. 금융위는 이런 인상률이 업계 평균(참조위험률)보다 높은 경우에는 보험금 관리 미흡의 책임을 물어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를 내리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보험료 인상률을 15%로 낸 회사의 경우, 업계 평균치인 8.8%를 웃도는 6.2%포인트 가운데 절반 가량만 올릴 수 있도록 해서 최대 11.9%에서 인상률을 억제하도록하는 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회사별로 최대 5% 수준의 보험료 인상억제 효과가 발생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내년 보험료 인상률이 10%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또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을 현재 치료비의 10%에서 20%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자기부담금 상한은 현행 200만원을 유지한다. 자기부담금 수준이 너무 낮을 경우, 과잉진료가 유발되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자기부담금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현재도 자기부담금 20% 상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올해 1~9월에 판매된 실손의료보험 상품 289만건 가운데 해당 상품은 10만2000건에 그쳤다.
이와 함께 앞으로 ‘자동차보험 진료내역 심사체계’를 참조해, 보험회사가 비급여 의료비의 적정성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전문기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바뀐다.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120%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점이 고려됐다. 결과적으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처지에선 의료비 청구에 대한 심사가 종전보다 까다로워진다. 이밖에도 금융위는 보험료 공시를 강화해, 실손의료보험을 다른 상품에 특약형태로 끼워서 판매하는 경우, 보험 계약 기간 동안의 실손 보험료 누계를 별도로 예시하도록 했다. 단독형 상품에 견줘 특약형으로 가입하면 보험료를 가입자가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돼온 탓이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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