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검토중” 밝혀
인터넷·콜센터 등 통해 은행 업무
실명제법 규제완화 또다시 고개
전문가 “현실성 떨어진다” 회의론
인터넷·콜센터 등 통해 은행 업무
실명제법 규제완화 또다시 고개
전문가 “현실성 떨어진다” 회의론
정부가 내년 중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Finance+Technology) 활성화를 핵심 금융정책 과제로 삼은 데 따른 후속 조처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금산분리 등의 규제완화 입법의 국회 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핀테크 혁신과 금융정책’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오프라인 중심의 규율을 재편해야 한다”며 “국내 여건에 맞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 점포를 별도로 두지 않고 인터넷과 콜센터 등을 통해 예금 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은행이다. 1995년에 첫 인터넷전문은행(SFNB)이 등장한 미국에선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와 자동차금융을 특화하려는 지엠(GM)과 같은 비금융회사가 설립을 주도했다. 국내에서도 이번이 첫 시도는 아니다. 2001년 에스케이(SK)텔레콤 등 대기업과 안철수연구소 등 벤처기업들이 ‘브이뱅크’(가칭) 설립을 추진한 바 있지만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했지만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위는 내년 1월 대통령 업무보고, 2~3월 중 도입 방안에 대한 공개 세미나 등을 거쳐 본격 추진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아이티 기업의 은행 진출을 허용하는 등 본격 도입을 위해서는 금산분리와 금융실명제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한데, 이를 추진할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의 실익이 있느냐는 점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는 2009년 9%로 완화됐다가 올해 2월 다시 4%로 원상복귀됐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명분으로 금산분리 규제가 강화된 지 만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다시 완화 카드를 꺼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9일부터 불법 차명거래 금지를 위해 강화된 금융실명제법을 다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해서는 고객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실명 확인을 완화하는 조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인인증서 인증 등을 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하되, 기업 대출은 금지하는 등 업무 범위를 조정하면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며 “또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유권해석 등을 통해 비대면 거래에서 실명 확인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수요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최근 금융과 아이티의 결합을 통해 시도되는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은행업의 핵심인 여수신 업무와는 거리가 있는 지급결제와 이체 등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며 “실물경제의 저성장과 은행 상품의 표준화 경향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으로 아이티 기업들이 은행업 자체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금융당국 안에서도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비금융회사는 진입 장벽이 높아 진출이 어렵고 은행이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는 방안 역시, 이미 은행 거래가 인터넷뱅킹을 넘어서 모바일뱅킹으로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실익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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