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경제정책 방향] 주택담보대출 ‘반쪽 대책’
정부가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는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40조원가량을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도록 하는 등 ‘가계부채 구조 개선’ 대책이 담겼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8월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이후 가파르게 늘어난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할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우선 주택금융공사를 활용해 단기·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적격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리변동 위험을 완화하고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는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350조원 가운데,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 비중은 65%(약 230조원)에 이른다. 2010년에는 이 비중이 80%에 육박했던 것을 고려하면 나아진 편이지만, 장기 모기지론이 정착된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출 전환 상품은 내년 3월에 나온다. 대출 고객이 은행으로부터 신규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으면, 주택금융공사가 신규 대출을 인수해 주택저당증권(MBS) 등으로 유동화하는 방식이다. 이자만 갚고 있는 대출 230조원가량이 모두 대상이 된다. 이 가운데 정부는 2016년 만기가 돌아오는 82조원, 특히 내년에 만기가 닥치는 42조원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꼽고 있다. 대부분이 한꺼번에 원금을 갚아야 하는 일시상환 대출이다. 게다가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만약 내년 중으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가계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장기대출로 전환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최대한 낮은 금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내년 대출 전환 목표를 20조원으로 잡고 있으며, 필요하면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을 늘려 대출 한도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8월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이후 은행권 가계대출이 넉달 새 22조원 이상 가파르게 급증한 데 대해선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이후 주택 거래량 증가로 가계부채 증가폭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지만, 은행권을 제외한 금융권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둔화됐고 연체율 등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회 입법조사처 등이 대출 규제를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내놓는 등 금융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총량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대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데다 주택 구입 목적보다는 생계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 대출이 상대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박창균 교수(경영학)는 “애초 정부가 빚을 늘려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띄우고 이를 통해 소비 활성화와 경기 부양이 이어지도록 기대했지만 정작 가계부채의 총량만 늘어나 있고 나머지는 의도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가계부채 총량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촉발된 측면이 있는 만큼, 디티아이 규제를 전국적으로 확대 도입하고 규제완화 이전 수준으로 돌리는 등 총량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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