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계약 만료 앞두고 갈등 고조
현대차 수수료 인하 요구 맞서
캐피탈사 대출 시점 늦춘 상품 준비
카드사들 “인하 요구 명분 없어져”
금융당국도 ‘문제 없다’ 긍정적
현대차는 “또다른 편법 상품” 반발
현대차 수수료 인하 요구 맞서
캐피탈사 대출 시점 늦춘 상품 준비
카드사들 “인하 요구 명분 없어져”
금융당국도 ‘문제 없다’ 긍정적
현대차는 “또다른 편법 상품” 반발
오는 3월 삼성카드와 현대자동차의 가맹점 계약 종료 시한을 앞두고 복합할부 금융상품의 수수료 갈등이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삼성카드 쪽은 신용공여 기간을 한 달로 늘린 새로운 복합할부 상품 출시로 반격에 나서려는 반면, 현대차 쪽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5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카드를 중심으로 한 카드사들은 기존 복합할부 상품에서 카드사의 신용공여 기간을 늘린 새로운 구조의 ‘신 복합할부’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복합할부 상품은 고객이 카드로 차 값을 결제하면, 카드사와 연계된 캐피탈사가 결제금액을 1~2일 만에 갚아주고 고객으로부터 달마다 할부금을 받는다. 현대차 쪽은 카드사가 1~2일 만에 캐피탈사로부터 대금을 받기 때문에 신용공여 및 대손(대출 손실) 비용이 없는데도 1.9%의 카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에 카드사들은 캐시백과 할부금리 할인 혜택으로 수수료를 고객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이로운 상품이라고 맞서왔다.
새 복합할부 상품은 고객이 카드로 결제한 지 30일 뒤에 캐피탈사가 카드사에 대금을 갚는 방식이다. 카드사가 차 값을 먼저 현대차에 지급하고 한 달 뒤에 캐피탈사에 대출 채권을 넘긴다는 뜻이다. 통상적인 카드대금 결제일인 ‘한 달’로 신용공여 기간을 늘리면 현대차가 더 이상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명분이 없다는 게 카드사들의 입장이다. 금융감독원도 카드사들의 이런 새 상품 출시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린 상태다.
이런 카드업계의 반격은 삼성카드가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케이비(KB)국민카드를 시작으로 최근 비씨(BC)카드와도 수수료 갈등을 빚었다. 케이비카드는 지난해 11월 체크카드 수수료율 수준인 1.5% 선에서 합의점을 도출했으며, 비씨카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신규 복합할부를 취급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이번 수수료 갈등은 3월 가맹점 계약 만료에 이르는 삼성카드와 현대차 간 협상 때 격화될 것으로 카드업계에선 관측해왔다.
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삼성카드의 복합할부 시장 규모는 1조2500억원으로, 현대카드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2013년 하반기부터는 현대카드가 복합할부 상품을 많이 취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카드의 시장 규모는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카드는 복합할부를 발판으로 자사 카드의 시장점유율을 키우는 데 공을 들여왔다. 현대차를 상대로 한 협상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캐피탈사로부터의 대출 시점이 한 달 뒤로 늦춰지면서 고객 입장에서는 첫달 내야 할 이자 부담 등이 줄어들어 혜택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쪽은 또다른 편법적 상품 출시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카드사가 신용공여 기간을 기존 1~2일에서 30일로 늘리더라도 우량 캐피탈사로부터 돈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대손 위험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새로운 복합할부 상품이 중소 캐피탈사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복합할부를 취급해온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현대차가 낸 수수료를 나눠 가져왔는데, 한 달 동안 차 값을 조달해야 할 카드사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서 카드사와 캐피탈사 간의 수수료 배분 협상이 다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기존 복합할부 상품에서도 영업사원 수수료, 고객에 대한 할부금리 할인 혜택 등을 떼고 나면 수익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뿌리는 카드결제와 현금결제 간 가격 차별 금지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적인 고객 혜택을 미끼로 카드결제를 부추기는 금융상품이 많아지면서, 업계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명대 정지만 교수(금융경제학)는 “다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현금결제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카드결제 고객에게는 별도 수수료를 붙이는 것이 공평하다”며 “복합할부처럼 기형적 구조의 금융상품은 단기적으로는 고객 혜택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차 값 상승 등으로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방준호 박승헌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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