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피싱사기 4만4705건…16%↑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대포통장이 최근 농협 단위조합·우체국에서 시중은행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등에 대한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된 이후, 은행권으로 옮아가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대포통장 발생 현황을 보면, 지난해 피싱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은 4만4705건으로 한해 전(3만8437건)보다 16.3% 증가했다. 지난해 7월말 이후로 피해구제 대상이 된 대출사기 관련 대포통장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대포통장 발생 규모는 8만4000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2012년 이후 지연인출제 도입, 의심거래자 예금통장 개설절차 강화 등 여러 차례 대포통장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규모가 줄기는커녕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역별로 보면, 대포통장의 은행권 비중이 최근 들어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포통장 가운데 은행권 비중은 2013년 41.7%에서 지난해 상반기에 36.1%로 낮아졌다가 하반기에는 60.9%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은행권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12월에는 76.5%까지 치솟았다. 반면에 농협 단위조합과 우체국, 증권사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5.5%에서 하반기에는 21.3%로 급감했다. 농협은행을 제외하고 은행권 비중을 보면, 2013년 23.9%에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58.4%로 늘었다.
금융사기범들이 대포통장을 확보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인터넷게시판 등을 통해 건당 120만원 안팎을 주고 통장을 사들이거나 저리 대출을 빙자해 통장을 가로채기도 하며, 개인신용정보를 인터넷에서 매입해 통장 개설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29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대포통장 명의자가 대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민·형사상 책임부담 및 각종 금융거래 제한 조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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