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1%대 모기지 상품 디플레이션 우려 목소리 다시 고개
3000가구 대상 시범운용 예정
7년 뒤 집값 오르면 수익 나눠야
2%대 고정금리 상품도 채비
변동금리서 갈아타기 고려해볼만
원금·이자 같이 상환 유의해야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 비상인데…”
은행들 금리인하 압박 커질라 긴장
3000가구 대상 시범운용 예정
7년 뒤 집값 오르면 수익 나눠야
2%대 고정금리 상품도 채비
변동금리서 갈아타기 고려해볼만
원금·이자 같이 상환 유의해야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 비상인데…”
은행들 금리인하 압박 커질라 긴장
직장인 이아무개(40)씨는 다음달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자 이사를 결심했다. 이씨가 알아본 30평대 아파트들은 전셋값이 4억원을 웃돌 정도로 비싸기도 했지만 전세물량도 없었다. 집을 사야 하나 고민하던 이씨는 정부 주도로 대출금리 1%대 모기지 상품이 나온다는 뉴스를 듣고 솔깃해졌다. 일명 ‘로또 모기지’로 불린다는 말도 들렸다. 전세로 계속 살지, 이번 기회에 싼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할지 이씨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3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출금리 1%대와 2%대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다음달 중으로 은행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변동금리 방식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대인 것에 비춰보면 훨씬 낮은 금리조건이다. 하지만 무조건 대출 상품의 초기 금리만 보고서 대출을 받거나 갈아타선 곤란하다. 각각의 대출 상품이 본인의 조건에 맞는지를 잘 따져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 신규 대출자는 1%대 모기지 상품에 주목
수익 공유형 모기지론 상품은 정부가 우리은행을 통해 시범적으로 3000가구를 대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대상 가구는 선착순 혹은 권역별 추첨을 통해 선정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고 우리은행은 설명했다.
대출을 받은 이후 7년 동안 ‘코픽스 기준금리-1%’라는 초저금리 조건이 제공되는 만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중산층과 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은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3.5%로, 수익 공유형 모기지론 상품을 이용하면 절반 수준인 1.16%(1월 코픽스 금리 2.16%-1%)로 돈을 빌릴 수 있다. 김종원 우리은행 부동산사업본부장(집행부행장)은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싼값(이자)에 내 집을 장만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쪽에선 소득 수준에 제한을 두지 않은데다, 담보 대상도 ‘9억원 이하(공시가격 기준), 102㎡ 이하(전용면적 기준)’로 넓게 잡아 기존 주택을 팔고 평수를 넓히려는 고객들의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품은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되, 7년이 지난 뒤에 집값 상승에 따른 수익을 집주인과 은행이 나눠 갖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집값 변동에 대한 전망에 따라 수요가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초저금리가 적용되는 7년 뒤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이자 부담도 고려해야 하는 대목이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집을 산 사람 입장에서는 집값이 오르면 수익을 나눠야 하고, 떨어지면 하락분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데 단지 대출금리가 낮다고 선뜻 주택 구매에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기존 대출 갈아타려면 2%대 고정금리 상품 관심
변동금리나 일시상환으로 은행에서 이미 대출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사람들은 금융위 주도로 시중 은행들이 내놓을 2%대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갈아타는 걸 고려해볼 수 있다. 9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 대출액 5억원 이내로 빌릴 수 있고 신용등급이 1~8등급이어야 한다.
원래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는 고정금리에 견줘 더 낮다. 하지만 이번에 나오는 대출 상품은 현재 변동금리 수준(3.5%)보다 대출금리를 확 떨어뜨렸다. 금리가 낮아진 대신 바로 원금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만일 ㄱ씨가 변동금리(3.5%)·5년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2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지금은 매달 약 58만원씩 이자만 내면 되는데, 20년 만기의 새 상품으로 갈아타면 달마다 109만원(고정금리 2.8%)씩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나가야 한다. 원리금 상환액 부담이 너무 크게 느껴지면, 대출액의 30%를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부분 분할상환’을 선택(월 91만원 원리금 상환)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대출금리가 2.9%로 0.1%포인트 올라간다.
ㄱ씨가 현재의 일시상환 대출을 계속 만기 연장하면서 20년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탔을 때 이자 부담은 총 8000만원가량 줄어든다. 현재는 이 상품의 고정금리가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만약 앞으로 시중금리가 계속 내려갈 경우에는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이 상품의 매력도는 더 올라가게 된다.
■ 은행들 금리 인하 경쟁 가세할까
시중 은행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예금 금리는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다는 소비자 불만이 높은 가운데, 정부발 저금리 대출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의 금리 동향을 살펴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은행연합회 누리집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0조원 이상인 대형 은행 중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연 3.51%였다. 금리가 가장 낮은 기업은행이 연 3.17%임을 고려하면 0.3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금리를 낮춘 특판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은행 다음으로는 농협은행(연 3.4%)의 금리가 높았다. 씨티은행은 3.23%, 에스시(SC)은행은 3.24%였다.
황보연 이정애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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