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처분소득에 견준 원리금 상환 비율이 40%를 웃도는 가구가 234만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금융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을 수 없는 ‘한계가구’도 137만가구나 된다.
4일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은행에 의뢰해 받은 ‘가계부채 한계가구 분석’ 자료를 보면, 부채상환부담률(DSR·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를 넘는 가구가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19.4%인 234만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2012~2014년 ‘가계금융·복지 조사’를 바탕으로 분석된 결과다.
부채상환부담률은 1년 동안 가계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에 견줘 빚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얼마나 갚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소득의 상당 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것이어서 부채 상환 압박이 크며 민간소비가 제약될 수 있다. 통상 이 비율이 40%를 넘기면 상환 부담이 매우 높아서,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은 가계일 경우에는 가계부채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구의 비중을 연도별로 보면, 2012년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4.2%에서 지난해에는 5.2%포인트(약 78만가구)가 더 늘었다. 가계의 부채 상환 압박이 2년 전보다 더 심해졌다는 뜻이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상환 압박을 받는 가구 비중이 높았다. 소득 1분위와 2분위의 경우,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 가운데 각각 28.6%와 24.5%가 원리금 상환 비중이 40%를 넘겼다. 소득이 많은 5분위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런 비중이 15.9%로 가장 낮았다. 또 임금노동자에 견줘 자영업자의 부담이 큰 편이다. 자영업자 가구의 경우, 빚이 있는 네 가구 가운데 한 가구(25.2%)가 해당된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특히 저소득 계층에서 부채상환부담률이 40%를 넘긴다는 것은 소득에 약간이라도 변동이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사고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바로 연체자가 될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자산을 처분해도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가구는 지난해 금융부채 가구의 12.5%(137만가구)로, 2012년에 견줘 2.1%포인트(약 26만가구) 늘었다. 궁극적으로 부채 상환이 어려울 수 있는 가구다. 다만 여기에서 한계가구는 주택가격 하락과 유동성 문제 등을 고려해 부동산을 제외하고 따진 것이어서 상환 능력이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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