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최악…“IMF 때보다 심해”
3일 하이투자증권 직원 300여명이 ‘구조조정 분쇄 고용안정 쟁취’를 외치며 여의도 증권가에 모였다.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 전 직원의 30% 가까운 250명을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노조에 통보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리테일(소매영업)부분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다른 회사들이 지점축소와 인력 구조조정을 해오는 동안에도 버텨왔지만,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뒤늦게 인력감축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저금리, 투자인구 감소 등 구조적인 문제 탓에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면서 최근 2~3년 사이 인력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권 직원들은 “외환위기 때도 겪지 않았던 일”이라며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1년 71만8459명에 달하던 금융업계 종사자 수는 2013년 70만421명으로 2년새 1만8000명 정도가 줄었다.
증권회사의 인력감축이 특히 심하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2012년 9월 말에서 2014년 9월말 사이 증권사 정규직원수는 16.2%(4710명) 줄었다. 같은 기간 보험업계 정규직원 수도 2500명 정도 줄었다. 은행에서만 정규직원 수가 늘었는데, 무기계약직원을 정규직원으로 신분 전환한 결과였다. 한국씨티은행 (650명 감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200명 감원) 등 일부 은행은 재작년과 지난해 대규모 감원을 실시했다.
금융권의 인력 구조조정 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계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지점을 통한 대면영업을 줄이고 인력과 비용이 덜 드는 온라인·모바일 방식으로 영업형태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9월에서 2014년 9월 사이 증권사 국내 지점 수는 417개, 은행 지점 수는 276개, 보험사 지점 수는 165개 줄었다.
정부가 금융기관 대형화와 겸업화를 추진한 탓에, 중소형사들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 인력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소수 금융지주를 위주로 한 대형화, 겸업화 정책에 중소형사들은 단기적인 처방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그 결과 점점 지점 고객을 잃으며 수익 악화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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