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구매기업과 2년간 거래 금지
금감원, ‘외담대’ 제도 개선…4월 시행
금감원, ‘외담대’ 제도 개선…4월 시행
앞으로 중소 납품기업에 발행한 외상매출채권을 상환하지 못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모든 은행에서 외상매출채권 거래가 2년간 금지된다.
8일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제도 개선 방안을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담대의 거래 구조는 이렇다. 주로 대기업인 구매기업이 거래 은행을 통해 중소 납품기업(협력업체)에 물품대금으로 외상매출채권을 발행하면, 납품기업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납품기업이 자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매기업이 제때 채권을 상환하지 않으면 은행이 납품기업에 상환청구권을 행사한다. 자칫 중소기업이 받은 대출로 대기업이 내야 할 물건값을 치를 수 있는 구조여서, 중소기업의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에스콰이어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수제화를 납품하던 중소·영세 상인 160명이 300억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게된 일을 계기로 제도개선 요구가 한층 거세진 바 있다.
이번 개선방안을 보면, 우선 구매기업이 만기일에 외상매출채권을 결제하지 못하면 은행권 공동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외상매출채권 거래가 2년간 금지된다. 다만 거래금지 기간 중에 미결제 채권을 모두 결제하면, 연간 1회에 한해 거래금지를 해제받을 수 있다. 또 은행들이 미결제 이력이 있는 구매기업과 잠재 부실위험이 있는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주기를 현행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도록 했다.
아울러 상환청구권의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많은 현실을 고려해, 은행의 설명의무를 강화하고 납품기업이 이를 충분히 이해했음을 확인하는 절차를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납품기업의 매출채권보험 가입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매출채권보험 가입 기업에 대해서는 외담대 금리를 우대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은행의 상환청구권 폐지 요구는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환청구권을 폐지하면, 은행이 신용도가 극히 양호한 대기업과 거래하는 납품기업만을 대상으로 외담대를 취급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지금까지 외담대를 이용하던 대다수 중소기업이 납품대금을 조기 회수하는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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