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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핀테크’ 말은 무성한데…알맹이는 ‘글쎄’

등록 2015-02-09 20:25수정 2015-02-10 10:45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송금 서비스 모습. 핀테크 서비스가 시작되면 기존 은행 앱보다 간편히 송금할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송금 서비스 모습. 핀테크 서비스가 시작되면 기존 은행 앱보다 간편히 송금할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금융환경 변화 대응 명분 삼아
금융사들 담당부서 앞다퉈 신설
정부도 지원방안 마련 적극 나서
증시선 테마주들 연일 주가상승

지급결제시장 이미 성숙 단계
인터넷은행 경쟁력 검증 안돼
위기 닥치면 경제 뇌관될 수도
개인 정보보호 문제도 걸림돌
“핀테크에 있어서 금융투자업계가 선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2월4일 신년간담회) “핀테크 등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글로벌 100대 은행에 진입하자.”(권선주 기업은행장, 1월23일 전국 영업점장 회의)

핀테크(Fin+Tech, 금융과 정보기술의 융합)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업계는 핀테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부서를 앞다퉈 신설하는 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도 지난달 27일 ‘아이티(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핀테크와 관련있다고 여겨지는 정보기술 기업들을 포함하는 ‘핀테크 테마주’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모바일 간편송금 시스템인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한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9일 지난해 말보다 12% 정도 오른 상태고, 지급결제대행업체(PG)인 다날(15.5%), 한국사이버결제(15.5%) 등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의 기대처럼 핀테크는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될까?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로선 모른다’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9일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례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달할 핀테크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잘 서지 않는다. 정부의 육성 의지만 보고 선뜻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해외와 다른 배경 탓에 핀테크의 성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가장 활성화된 핀테크 영역인 지급결제 분야를 보면, 간편에 초점을 맞춘 지급결제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내에 간편결제 핀테크 성공사례로 알려진 중국 알리페이는 스스로를 간편결제 시스템이 아닌 ‘전자상거래 고객들의 거래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나온 에스크로(중계매매 보호) 서비스’로 설명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소비자가 물건을 받은 뒤 판매자에게 돈을 건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용카드나 은행 송금 등 결제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은데다,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 사기가 자주 벌어졌던 중국에서 전자상거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탄생했다. 이미 성숙 단계인 국내 지급결제시장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사례인 셈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국내 간편결제의 세계화 역시, 해외의 경우 주로 모기업인 유통기업의 규모가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한계가 있다. 알리페이의 경우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로 성장했고, 또다른 결제시스템인 미국 페이팔 역시 세계 40여개 나라에 걸쳐 있는 이베이의 결제시스템으로 규모를 키웠다.

정부가 핀테크의 핵심으로 지목한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성공에 대한 의구심과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터넷은행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되는 미국에서조차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손비용률은 전반적으로 기존 5대 은행의 대손비용률보다 높은 수준이고, 판매관리비가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기존 은행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장점인 비용 측면에서조차 기존 은행보다 나은 지점을 찾기 어려운 셈이다.

인터넷은행이 국내 금융에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실장은 “은행의 핵심은 위기관리 능력일 텐데, 긴 시간 영업해온 기존 은행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은행이 퍼져나갔다가 금융위기 등으로 휘청일 경우 경제 전체의 뇌관이 된다”며 “인터넷은행이 좀더 싼 금리를 앞세우며 대출 수요를 자극할 경우 이미 심각한 수준인 가계부채 문제 역시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의 또다른 영역인 플랫폼 사업은 주로 개인들이 서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개인간 대출(P2P 대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제공 등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발달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대출 중개 서비스 업체인 미국의 ‘렌딩클럽’이나, 기존과 다른 신용평가를 통해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중소상공인에게 대출해주는 미국의 ‘온덱’ 같은 업체가 대표적이다. 이런 서비스의 경우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과 달리 오롯이 개인이 투자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빅데이터 등 대체적인 수단을 통한 채무위험 평가가 가능해야 하지만, 국내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금융위가 빅데이터 활용 바탕으로 삼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은 활용 가능 범주나 비식별화 검증방식 모두 제대로 규정되지 않아 여전히 정보보호 우려가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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