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수수료 등 자율 맡기기로
관행적 종합검사 2017년까지 폐지
정부·정치권 입김서 탈피 ‘긍정적’
부당영업 증가·소비자 피해 ‘우려’
관행적 종합검사 2017년까지 폐지
정부·정치권 입김서 탈피 ‘긍정적’
부당영업 증가·소비자 피해 ‘우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는데도 같은 달 농협·하나·기업·외환 등 4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히려 오르자, 큰 논란이 벌어졌다. 은행들은 통상 대출금리는 한달 이상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밝혔지만, 대출금리를 바로 내리지 못한 은행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세졌고, 결국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력에 금리를 내려야 했다.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앞으로는 이런 식의 금융회사 경영에 대한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10일 밝혔다. 관행적으로 해오던 금융회사들에 대한 종합검사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끝장검사’ 혹은 ‘담임선생님식 감독’으로 대변되는 검사·감독 시스템을 금융회사의 자율 규제로 바꾸겠다는 취지인데, 권력집단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온 기존 검사·감독 관행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자칫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감독 쇄신 및 운영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배당과 이자율, 수수료, 증자, 신상품 출시 등 금융회사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만 간여하도록 감독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관행적으로 2년마다 벌여온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도 2017년 이후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종합검사는 최근 3년간 평균 기준으로 연 38.5회가 이루어졌다. 이를 올해 21회로, 내년에는 10회 안팎으로 줄일 계획이다. 특별한 문제나 지적사항이 없으면 정기적으로 벌여온 검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 검사에 대한 시효제도도 새로 도입된다. 금융회사가 위법행위를 저지르더라도 5년이 지난 일이면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신 검사 축소에 따른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경영실태평가와 ‘사전예방 금융감독시스템’을 통한 상시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선별적 검사에서 중대한 위규사항이 다수 발견되거나 반복되면 영업정지와 임원 해임권고 등 엄중 제재하기로 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금감원이 발표한 감독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역대 금감원장들도 대체로 금융회사에 대한 자율성 보장과 불필요한 검사 축소 등을 주장해왔지만 ‘선언적’ 수준에서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 국내외 변수와 각종 금융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금감원 검사는 오히려 더 강화되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적 요구나 정치권의 압력 혹은 여론에 끌려다니는 검사·감독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가 하면, 그때그때 달라지는 ‘고무줄식’ 유권해석 관행도 쉽게 바뀌지 않아왔다. 예컨대 지난해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고배당 계획이 논란이 됐을 때도 금감원은 은행 배당에 대한 명확한 감독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국부유출 논란’을 더 의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진 원장은 “감독당국이 앞으로는 금융회사의 배당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며, 다만 바젤 규제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는 선에서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검사를 줄이되 엄정한 사후 제재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의 부당한 영업관행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특히 이자율 등을 금융회사에만 맡기면 소비자에게 불리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금융학부)는 “관치금융의 수단으로 금감원의 검사·감독이 활용되면서 금융회사의 자율경영이 억제되고 수익성 저하로 이어져온 측면이 있다”며 “일관되고 공정한 감독이 이루어지는 속에서 시장 기능이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이익도 커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