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이사 늘린다는 명분 내세워
벌써 ‘누구 앉히라 했다’ 소문 돌아
계열사 시이오 겸직 가능성도 있어
벌써 ‘누구 앉히라 했다’ 소문 돌아
계열사 시이오 겸직 가능성도 있어
지난해 서로 다른 ‘낙하산’ 줄을 타고 내려온 지주 회장과 행장 간 극심한 갈등으로 초유의 내분 사태를 겪었던 케이비(KB)금융에 또다시 금융당국의 인사 개입 의혹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지주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행장직을 분리하거나 몇해 전 폐지된 지주 사장직을 부활시키라는 압박을 케이비금융 쪽에 가해왔는데, 그 배경이 ‘친정부 인사’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1월을 전후로 금융당국이 행장직을 분리하거나 지주 사장직을 부활시켜 본인들이 추천하는 ㄱ씨를 앉히라는 요구를 케이비금융 쪽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케이비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안 확정이 늦어진 데는 이런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ㄱ씨는 정부에는 우호적이지만 케이비금융 사장이나 국민은행장에 오를 만한 역량은 갖추지 못한 인사”라고 평했다.
케이비금융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애초 케이비금융은 지난 1월까지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마무리짓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이렇게 개선안 발표가 미뤄진 데는 사외이사 후보 선정 절차가 오래 걸린 탓도 있지만 새 이사회 구성을 두고 금융당국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겪어왔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케이비금융의 이사회는 원래 사외이사 9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이뤄져 있다. 케이비금융은 일단 사외이사를 9명에서 7명으로 줄이기로 하고 지난 13일 후보군을 발표했다. 사외이사를 줄이는 대신 사내이사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데, 당연직인 윤종규 케이비금융지주 회장 외에 누구를 새로운 등기임원(사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시킬지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현재 윤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국민은행장직을 분리해서 행장이 참여하는 방안과 2013년 임영록 전 회장 시절 폐지된 지주 사장직을 부활시켜 지주 사장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은행장이나 지주 사장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금융권 안팎에선 그동안 윤 회장이 “당분간 행장직을 겸직하고 지주 사장직도 공석으로 비워둔 채 경영 쇄신에 집중하겠다”고 밝혀온 데는, 자칫 제대로 된 자질 검증 없이 친정부 인사에게 자리를 내주는 결과를 막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새로운 자리를 만들지 않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기존 내부 인사를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가능하다. 케이비금융 관계자는 “사내이사를 늘리는 취지는 이사회와 경영진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 있다”며 “지주 부사장이나 국민카드 등 주요 계열사 시이오를 지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에라도 지주 사장직 등을 부활시키라는 금융당국의 압력이 계속 케이비 쪽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자리를 만들라는 식의) 인사 개입 시도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케이비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서부터 사외이사 9명 전원 사퇴 압박, 일부 집행임원 사퇴 종용 등 끊임없이 직간접적인 인사 개입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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