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주장에 신중한 반응
“엔화 강세 우려” 여지 남겨
“엔화 강세 우려” 여지 남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환율전쟁’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또 한은의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요국이 앞다퉈 통화완화 기류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전쟁의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한국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금융시장 일각의 주장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4개월째 연 2.0%로 동결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경제의 상·하방 위험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가 유지되는 것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은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바였기 때문에, 관심의 초점은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느냐에 쏠렸다.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지와,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이 총재의 인식이 척도로 꼽혔다. 하지만 이날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됐고, 이 총재도 추가적인 통화완화에 대한 의미 있는 신호를 주지 않았다.
이 총재는 우선 전세계적 통화완화를 두고 환율전쟁의 격화로 보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많은 나라들이 경기회복세를 좀더 높이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방지하기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며 “그 결과로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환율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낮춰 환율 방어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또 그는 “지금 통화완화 정책을 펴는 나라들은 성장세가 대단히 미약하고 물가가 제로에 근접하거나 마이너스인 곳”이라며 “이런 나라들의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원화 환율 변화를 두고 일률적으로 한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어 “한 나라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인지 긴축적인지를 판단하는 지표는 실질금리 등 다양한 기준이 있는데, 여러 지표를 보더라도 현 금리 수준은 실물경기의 회복세를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2.0%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한 지난 1월의 발언과 비교하면 다소 표현 수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현 기준금리가 적절한 수준이라는 견해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추가적인 완화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올해 1분기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가 원화에 대한 엔화와 유로화의 상대적인 강세에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시했고 향후 경기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추가적인 통화완화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총재는 “원화가 엔화와 유로화에는 큰 폭으로 강세를 보였다. 그 여파로 대일 수출은 지난해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대유럽연합 수출도 지난 1월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 현상을 예의주시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여전히 우리 경제 성장을 둘러싼 하방 위험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체적인 리스크가 어느 쪽으로 작용할지 한두달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락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추후 경기 여건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다만 이번 금통위에서 명확한 시그널을 확인하지 못한 만큼 인하 시기는 3월보다는 4월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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