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시민단체가 재벌사 사장을 KB 이사 추천, 왜?

등록 2015-03-01 19:55수정 2015-03-01 21:34

이병남 LG인화원장 사외이사 후보로
경제개혁연대, 주주제안으로 추천
데이콤 엘지로 넘어갈 때 신뢰쌓아
이병남 엘지인화원 원장
이병남 엘지인화원 원장
재벌 감시에 앞장서온 시민단체가 재벌그룹의 현직 사장을 케이비(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추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이비금융은 지난 27일 사외이사 후보로 최종 추천한 7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 가운데 이병남(61) 엘지(LG)인화원 원장이 경제개혁연대의 주주제안으로 추천받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캘리포니아주립대 등 미국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하다, 1995년 엘지그룹에 영입돼 20년 가까이 인사 분야 고위 임원을 맡아왔다. 엘지인화원은 그룹의 인재양성소로, 원장은 계열사 사장급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동안 재벌 지배구조 개혁, ‘금산분리’(재벌의 은행 소유 금지) 문제 등을 주도적으로 제기해온 경제 분야 시민단체다. 주주제안이란, 소수 주주들이 제안하는 내용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지주의 경우, 0.25%(KB의 경우, 약 380억원) 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들)이 행사할 수 있다.

이달 27일 정기 주총에서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시민단체가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기업 이사회에 입성시킨 첫 사례로 기록된다. 지난 2001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경제개혁연대의 전신)가 당시 전성철 세종대 세계경영대학원장을 주주제안을 통해 삼성전자 이사로 추천한 바 있지만, 주총 표대결에서 밀려 좌초된 바 있다. 김상조 교수는 이번 주주제안 배경에 대해 “지난해 ‘케이비 내분사태’를 계기로, 부당한 외부 압력이 들어올 때 눈치 보지 않고 ‘노’(NO)라고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이 절실해졌다”며 “금융권 현실을 잘 모르는 대학교수들이 고액 연봉을 받으며 거수기 역할만 하는 구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판단해, 경영진이나 금융당국과 이해관계가 없고 주주 이익을 대변할 전문가를 추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재벌그룹 계열사 사장이라는 점과 관련해서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자칫 ‘금산분리’의 기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재벌그룹 인사를 금융회사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시도에 나서본 적이 없었지만, 이 원장은 그동안 쌓아온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과거 공기업이었던 데이콤(현 엘지유플러스)이 엘지로 넘어갈 때, 참여연대 등과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하는 주요 채널을 맡은 바 있다. 김 교수는 “특정 대주주가 없는 케이비에서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면서 인적자원 분야의 경쟁력이 취약해졌기 때문에, 현 케이비 경영진도 인정하는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인 이 원장을 추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상당한 지분이 필요한 이번 주주제안이 성사됐던 데는, 지난해부터 케이비 지배구조에 큰 관심을 쏟아온 외국계 기관투자자 한 곳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기관투자자는 한 외국 연기금의 자산운용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간의 전략적 제휴상 필요한 경우 외에 주요 그룹의 현직 사장이 다른 대형 상장사의 사외이사로 가는 것도 이번이 첫 사례라고 경제개혁연대 쪽은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원장 외에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도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주주추천 형식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로 제안했다.

황보연 이정애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