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75%로 내린 12일 서울 마포구 한 시중은행 앞에 내걸린 주택담보대출 안내 펼침막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주택의 전세 물건이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
기준금리 사상 첫 1%대 시대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된 12일 금융당국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등과 함께 ‘가계부채 관리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빚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처다. 하지만 가계부채 대책의 주도권이 금융당국에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가는 셈이어서, 가계대출 총량 증가에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해온 정책 기조가 좀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협의체의 반장은 기재부 차관보가 맡게 되며, 기재부와 금융위, 국토부, 한은, 금융감독원 등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2금융권 비주택대출(상가·토지 담보대출) 관리 강화와 대출 구조 개선,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금융권 심사관행 개선 등의 과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논의된 내용은 경제관계장관회의 또는 거시경제금융회의 등을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공동 협의체 구성의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금융권 안팎의 우려에 대처하려는 정부 쪽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미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다섯달 동안에만 가계대출은 39조6000억원이 늘었다. 한해 전 같은 기간의 가계대출 증가액 21조5000억원에 견주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 때문에 추가로 기준금리가 더 낮아질 경우, 대출금리도 하락하면서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가계대출 총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대출 부실 위험도 동시에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량이 늘어난 속에서 향후 금리가 인상되면 원리금 상환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협의체’ 주무부처
금융당국서 기재부로 넘어가
‘지나친 우려 불식’ 의도 담겨
무대책 정책기조 심화될수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대책이 종전보다 강화될 여지는 적어 보인다. 이번 협의체 구성은 사실상 가계부채 대책의 주무가 경기부양에 힘을 쏟고 있는 기획재정부로 옮겨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부채 대책보다 경기부양책에 무게중심이 더 쏠릴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금융위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에 나선 바 있는데, 앞으로는 가계부채 대책의 주도권이 좀더 기재부로 옮겨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대책은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다시 조이기보다는 은행들의 상환능력 심사 관행을 개선하는 등 미세 조정에 그치는 대책만 내놓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미시적 관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서 엘티브이·디티아이 규제 강화를 고려할 시점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임 후보자는 “대출 규제 완화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밝혀, “취임도 전에 기재부에 종속됐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협의체가 구성된 데는,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인식을 범정부 차원으로 확고히 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금융위 핵심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지나치게 우려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논의 등을 보면 정보 부족으로 인한 인식 차이도 없지 않다. 현황과 인식을 공유하는 데 협의체 구성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김경락 기자 whynot@hani.co.kr
금융당국서 기재부로 넘어가
‘지나친 우려 불식’ 의도 담겨
무대책 정책기조 심화될수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대책이 종전보다 강화될 여지는 적어 보인다. 이번 협의체 구성은 사실상 가계부채 대책의 주무가 경기부양에 힘을 쏟고 있는 기획재정부로 옮겨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부채 대책보다 경기부양책에 무게중심이 더 쏠릴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금융위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에 나선 바 있는데, 앞으로는 가계부채 대책의 주도권이 좀더 기재부로 옮겨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대책은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다시 조이기보다는 은행들의 상환능력 심사 관행을 개선하는 등 미세 조정에 그치는 대책만 내놓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미시적 관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서 엘티브이·디티아이 규제 강화를 고려할 시점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임 후보자는 “대출 규제 완화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밝혀, “취임도 전에 기재부에 종속됐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협의체가 구성된 데는,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인식을 범정부 차원으로 확고히 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금융위 핵심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지나치게 우려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논의 등을 보면 정보 부족으로 인한 인식 차이도 없지 않다. 현황과 인식을 공유하는 데 협의체 구성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김경락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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