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출시 첫날인 지난 3월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길(여의도) 케이비국민은행에서 대출을 갈아타려는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가계빚 부실 따른 잠재 위험에 대비
고정금리·원금분할상환 유도가 정책목표
분할상환 여력 있는 계층이 주로 이용
서민층보다 중산층에만 혜택 비판도
고정금리 전환 비해 상환 유도 효과 미미
고정금리·원금분할상환 유도가 정책목표
분할상환 여력 있는 계층이 주로 이용
서민층보다 중산층에만 혜택 비판도
고정금리 전환 비해 상환 유도 효과 미미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안심전환대출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안심전환대출의 주요 내용은 원금 분할상환 유도 및 고정금리로의 전환인데, 여기서 핵심적인 논점은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부채의 ‘연착륙’ 대책이라는 점이다.
부채의 규모가 너무 커서 문제일 때 기본적인 대응 방향은 자명하다. 즉 부채의 규모를 줄이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채무자들의 부채 상환 능력과 의지를 높여 부채 축소를 유도하는 방안이 있고, 또 다른 방식으로는 아예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법도 있다. 후자의 방식을 일단 논외로 하면 문제는 채무자들의 적극적인 부채 감축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인데, 이것이 바로 안심전환대출의 출발점이다.
안심전환대출에서 부채의 적극적인 분할상환을 유도하기 위해 제공한 유인은 차입 조건(상환 조건)의 완화, 즉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다. 이에 따르는 비용은 은행(주주)과 주택금융공사(정부)가 같이 부담했는데, 바로 이 대목에서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채무자들이 자발적으로 지게 된 부채를 해결하는 데 왜 은행이나 정부가 부담을 져야 하는가라는 지적도 있고, 또한 은행과 정부의 지원에 따른 혜택이 서민과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에 돌아갔다는 비판도 있다.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는 이러한 비판은 가계부채 문제의 위상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다.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이유는, 특정 개인의 연체나 특정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 때문이라기보다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가계부채 부실이 거시경제적 차원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부여건 악화에 따라 다수의 차입자가 원리금 상환이 곤란해질 경우, 은행의 부실이 늘어나면서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될 수 있으며, 또한 채무상환을 위한 자산(주택) 매도로 인해 자산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이것이 다시 가계부채의 부실을 더욱 확대하는 악순환을 야기하는 등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특정 개인이나 금융회사의 부실을 뛰어넘는 거시경제적 차원의 잠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 리스크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며, 여기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은행과 정부가 분담하는 것 또한 전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안심전환대출의 결과에 대한 정책당국의 분석을 보면, 대출자들의 평균 소득은 4천만원이며, 평균 주택가격은 2억9천만원, 평균 대출금액은 9800만원이라고 한다. 이를 근거로 정부의 지원이 서민층보다는 중산층에 집중되었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 또한 안심전환대출이 다름 아닌 가계부채의 연착륙 방안이라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다. 경착륙도 아니고 아예 다시 이륙하는 것도 아닌 연착륙 방안은 분할상환을 통한 점진적인 부채 축소를 꾀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분할상환 여력이 있는 계층이 주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분할상환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도 대상으로 하는, 즉 아무런 조건 없이 차입 조건을 완화해주는 정책도 있는데,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가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금리 인하의 혜택이 변동금리부 대출자에게만 귀속된다는 점이다.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들은 고정금리 전환을 통해 향후 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로 금리가 추가 하락할 경우 그 혜택에서도 배제된다.
나아가 이처럼 고정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확장적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관건은 경제주체들의 미래 금리에 대한 기대를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책금리를 내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계속된다면, 확장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약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확장적인 통화정책 기조의 지속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정책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들 중 이미 원금을 상환하던 대출의 비중은 40.2%, 거치식으로 아직 원금 상환을 시작하지 않은 대출은 35.7%,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비중은 24.1%를 점하고 있다. 즉 안심전환대출의 40% 정도는 이미 분할상환 중이던 대출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데 활용되었으며, 나머지 60% 정도가 거치기간 중이거나 만기 일시상환이던 대출을 분할상환으로 전환하는 데 활용되었다. 이를 지난해 9월말의 대출잔액 비중과 비교해보면,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질 뿐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데는 제한적인 성과만을 거둔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다름 아닌 연착륙 방안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그 효과가 너무 커도 곤란하다.
가계대출의 분할상환을 촉진하는 정책은 부채 축소를 유도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가계 저축률을 높이고 소비성향을 낮춘다. 따라서 가계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소비 회복에는 부정적이다. 안심전환대출 실행액 31.7조원, 평균만기 23년을 감안하여, 분할상환에 소요되는 금액만큼 소비가 위축된다고 가정할 경우,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소비증가율 하락폭은 0.14%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2014년 가계소비 기준) 분할상환을 통한 부채 축소는 필요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소비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진적인 연착륙이 중요한 셈이다.
오히려 문제는 안심전환대출 요건에 부합함에도 분할상환 여력이 없어서 신청조차 못한 계층일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더욱 절실한 것은 안심전환대출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라기보다는, 이 글의 서두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계계층의 부채 부담을 직접적으로 완화해줄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인지도 모른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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