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공동취재사진
금리조정 기대 여지 사라져
증권·채권시장 일부 ‘역주행’
네차례나 금리인하 단행했지만
실물경제 파급효과는 떨어져
증권·채권시장 일부 ‘역주행’
네차례나 금리인하 단행했지만
실물경제 파급효과는 떨어져
한국은행이 6월 기준금리를 1.50%로 낮췄지만, 시장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증권과 채권시장이 일부 ‘역주행’하고 있다. 실제 기준금리를 낮춘 당일인 11일에는 만기 10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예상과 반대로 상승하더니, 이튿날에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수혜주로 평가받는 증권업종 지수가 전날에 견줘 1.88%까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이상 현상’을 나타냈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동결이나 인상의 여지밖에 남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부담이 있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시기가 가까워진 만큼 ‘이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끝났다’는 인식이다. 엘아이지(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유선웅 연구원은 이에 대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의 실효성이 낮은 것을 인식하면서도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며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종료를 인식하고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짚었다. 중앙은행은 예측 가능한 금리 조정으로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도 시장의 기대 여지를 남겨 소비·투자 심리를 자극해야 하는데, 이에 실패한 셈이다. 유 연구원은 “앞으로 국내 채권시장은 글로벌 채권금리의 상승과 미 금리 인상 임박이라는 악재를 점차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우려는 한은 내부에서도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은행이 지난 5월 초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로 인하한 뒤, 장기금리 상승과 통화 절상 등 정책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는데, 정책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되었다는 시각 때문이다. 우리도 인하 폭이 아주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예전보다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가 계속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네 차례나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장기 채권이나 실물경제에는 파급 효과가 떨어졌다. 앞서 이주열 총재도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하의 파급 경로가 달라진 게 분명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정책의 효과는 시장 주체들의 기대심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사실상 마지막 금리 인하’라면 시장이 절대 반응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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