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자보험 보장, 모든 질병으로 확대

‘계약 전 고지 의무’ 항목도 줄이기로
금감원, 개선안 마련…4개사 이미 출시

고혈압·당뇨병·간질환 등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 전용보험 상품의 보장범위가 모든 질병으로 확대된다. 만성 질환자가 계약 전에 보험사에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는 사항도 대폭 줄어든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의 하나로 이런 내용을 담은 유병자 전용보험 상품 개선안을 17일 발표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국민이 1183만 명에 달할 정도로 늘었지만, 이들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과 보장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실제 보험사 25곳에서 유병자 대상 보험을 팔고 있지만 대부분 보장범위가 암과 사망으로 제한돼 있어 정작 보장이 필요한 질병에 대해선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금감원은 모든 질병에 대해 사망·입원·수술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신유병자 전용보험’ 상품 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험업계에서는 유병자의 수술률이나 입원율 등 관련 통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런 점을 반영해 보험개발원이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과거 13년 동안의 유병자 질병 통계를 모아 가공한 자료를 이달 안에 보험업계에 제공하기로 했다.

만성질환자의 보험 계약 문턱을 낮추기 위해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을 18개에서 6개로 줄이고, 질병·사고에 따른 입원·수술 이력에 대한 고지 기간도 최근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통원·투약에 대한 고지의무는 면제한다. 최근 5년간 중대질병 발생 여부를 알려야 하는 대상도 10대 질병(암, 백혈병,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간경화증, 뇌졸중, 에이즈)에서 암 하나로 줄인다. 현재 대부분 60살까지인 보험 가입 가능 나이도 75살 이상으로 늘린다.

모든 질병을 보장하고 계약 전 알릴 의무도 대폭 줄인 신유병자전용보험은 현대해상, 케이비(KB)손해보험, 에이아이에이(AIA)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4개 보험사에서 이미 판매를 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말까지 5개사, 내년 1분기에 8개사가 개선안을 반영한 신유병자전용보험을 새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운근 금감원 보험상품감독국장은 “이번 조처로 유병자가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료가 일반보험의 1.5~2배이므로 보험사가 건강한 일반인에게 유병자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일이 없도록 감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