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1만원 줄테니 들어달라” ISA 깡통계좌 양산

등록 2016-03-20 20:09수정 2016-03-20 20:39

서울시내 한 은행 지점 앞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홍보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은행 지점 앞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홍보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출시 1주일’ 과열 치닫는 은행 마케팅

‘1인당 100개 이상 유치’ 할당에
자기 돈으로 계좌 만들어주고
일부선 지점 예산 동원하기도
불완전판매 의심 피하려 숫자 조작
금감원 “상황 모니터링하는 중”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를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깡통계좌’가 양산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들에선 과도한 실적 압박에 내몰린 직원들이 자기 돈을 주면서까지 금융 소비자들에게 계좌를 만들도록 하고 있어 적지 않은 후유증이 우려된다.

20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이에스에이가 출시된 14일 이후 주요 시중은행 창구 직원들은 ‘1만원짜리 계좌’ 만들기에 내몰리고 있다. 은행들은 아이에스에이에 담길 상품이 정해지기 전부터 사전 예약을 받았는데, 이때 가입 의사를 밝힌 소비자 대부분이 은행원들의 권유를 거절하기 어려워 1만원 이하의 소액을 계좌에 넣기로 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아이에스에이 출시 전부터 직원들에게 많게는 100개 이상의 계좌를 유치하도록 할당량을 내려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의 창구 직원은 “친구나 친척은 물론이고 창구를 찾는 이들에게 애걸하다시피 가입을 권유해 20여개 계좌를 만들었는데, 거의 대부분 1만원짜리고 1000원짜리와 10원짜리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직원이 근무하는 은행 점포에서는 가입 첫날 1만원 이상 돈을 넣은 사람은 5명이 채 안 됐다고 한다. 전체 유치 계좌 수는 100여개였다. 그나마도 불완전판매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숫자를 조절했다고 한다. 그는 “첫날 가입자 수가 많으면 의심을 받을 수 있어 미리 가입 의사를 밝힌 이들 가운데 일부만 첫날 계좌를 만들고, 나머지는 여러 날로 분산했다. 이 수를 합하면 1만원짜리 계좌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창구 직원들이 영업점을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돈을 주면서 계좌 개설을 권유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은행 직원들이 주변 식당이나 상가를 돌면서 “1만원을 그냥 내줄 테니 가입만 해달라”고 사정하는 경우도 목격된다. 일부에선 여기에 지점 예산까지 동원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 다니는 김아무개(32)씨는 “일단 1만원씩 대신 내주고 계좌를 개설하라고 하면서 이를 나중에 점포 예산으로 보전해주겠다고 하는 지점장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여기저기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1만원을 주겠다고 하면 경쟁력이 떨어져 2만원으로 올려 부르기도 한다. 직원들이 받는 압박은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아 깡통계좌 같은 극단적인 사례는 적은 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유치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주는 등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신탁형 상품만 취급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에선 일임형 상품에도 가입할 수 있어 사정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경품 위주로 영업을 펼친 은행들과 달리 증권사들은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고수익의 특판 상품을 내세워 영업을 해 실투자자들이 몰린 것도 영향을 줬다.

지난 1주일 동안 판매 현황에서도 이런 상황이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 등의 자료를 보면, 14일 출시 이후 5일 동안(영업일 기준) 아이에스에이에 가입한 이들은 65만8040명으로 집계됐다. 가입 금액은 3204억4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 가입자는 61만7215명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1인당 가입 금액은 약 32만원이다. 반면 증권사는 가입자 4만643명에, 1인당 가입 금액은 299만8천원이다. 가입자 수는 은행이 15배 이상 많은 반면, 1인당 가입 금액은 증권사가 10배 가까이 많다.

아이에스에이가 ‘서민 자산 증식’이라는 애초 취지에서 벗어나 깡통계좌가 늘고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공식적으로 실적을 할당하는 것 같지는 않고, 영업본부 차원에서 실적 관리를 위해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직 소비자 피해나 불완전판매가 크게 문제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과당 경쟁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고, 은행 준법감시인들을 불러 경고하는 등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도 불완전판매 파파라치 신고 활동을 펼치는 것과 함께 은행과 거래하는 이들이 반강제적으로 소액 계좌를 만든 사례가 있는지 등도 살펴볼 계획이다.

박승헌 이경 김수헌 기자 abcd@hani.co.kr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예금·펀드·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좌로 14일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1년에 최대 2000만원씩 5년 동안 1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이때 발생한 순수익에 대해 200만원까지 15.4%의 이자·배당소득세를 면제해 준다. 지난해 또는 올해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농어민이면 연봉 수준에 관계 없이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가입할 수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